세번째 투표 끝 잔류 선택...주민투표 96.5% 독립 반대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남태평양의 휴양지 뉴칼레도니아가 세 번의 국민투표 끝에 프랑스 잔류를 선택한 것과 관련해 파리 엘리제궁에서 대국민 TV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남태평양의 프랑스 자치령 뉴칼레도니아가 세 번의 투표 끝에 결국 프랑스 잔류를 택했다. 이 투표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12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뉴칼레도니아에서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 96.5%가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반대했다. 독립 찬성은 3.5%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국민투표 연기를 요구해온 분리독립 지지 세력의 투표 거부로, 투표율은 43.9%에 그쳤다. 앞서 부결된 2018년 1차, 2020년 2차 투표율은 각각 81.0%, 85.7%였다. 1차·2차 투표에선 독립 반대가 각각 56.7% 53.3%로, 찬성 43.3% 46.7%보다 소폭 우세했다. 찬반 격차는 1차 투표 13.4%포인트에서 2차 투표 6.6%포인트로 절반으로 줄었다.

1853년 프랑스 식민지로 병합된 뉴칼레도니아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자치를 보장받고 있으나, 국방·외교·교육 등에서는 프랑스의 통제를 받는다. 프랑스는 1988년 마티뇽 협정으로 뉴칼레도니아 자치권을 대폭 확대했고, 1998년 누메아 협정으로 자치권을 추가로 이양했다.

누메아 협정에는 2018년 말까지 독립 찬반을 묻는 투표를 하고, 부결될 경우 의회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투표를 두 차례 더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칼레도니아에는 약 27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18만여명이 유권자로 분류된다. 이날 유권자들은 "뉴칼레도니아가 완전한 주권을 획득하고 독립하는 것을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적힌 투표지에서 "예" 또는 "아니오" 중 하나를 선택했다.

친프랑스 단체들은 뉴칼레도니아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종식시키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직은 독립이 이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분리와 자립은 엄연히 다른 의미란 지적이다. 어설프게 독립을 했다간 중국 영향권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피지·바누아투·솔로몬제도·파푸아뉴기니가 중국의 위성 국가가 됐다.", "프랑스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 중국은 영원히 뉴칼레도니아에 자리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랑스 국제관계 분석가인 바스티앙 반덴다이크의 분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뉴칼레도니아가 프랑스에 남기로 해 프랑스는 오늘 밤 더 아름답다"며 뉴칼레도니아에서 "새로운 전환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10%를 생산하는 뉴칼레도니아는 서방과 중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주도권 싸움에서 주요 전략 거점으로 꼽힌다. 이미 중국은 뉴칼레도니아 금속의 최대 수입국이다. 프랑스는 미국·영국과 짠 오커스(AUKUS) 3자 동맹을 이유로, 호주가 프랑스와 체결한 거액의 잠수함 건조 계약을 파기해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뉴칼레도니아는 태평양 지역에서 프랑스군 기지가 위치한 두 곳 중 하나다. 마크롱 대통령은 9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완전히 자주적이며, 선택에서 자유롭고,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는 유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미국과 별개의 유럽연합(EU) 자체 안보 강화를 주장했다. 그는 2017년 대선 승리 이래, ‘EU가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의지하지 않는 독자적 방위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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