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암투병 중 작은 스케치북에 틈틈이 육필로 남긴 故 이어령 선생의 미발표 작품집 ‘눈물 한 방울’(김영사)이 이달 말 출간된다. /연합

故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미발표 작품집 ‘눈물 한 방울’(김영사)이 이달 말 출간된다. 생전 암 투병을 하면서 작은 스케치북에 틈틈이 손글씨로 집필한 것들이다. 암 투병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2019년부터 3년간 일상에서 떠올린 단상을 정리한 시·수필 등 100여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수 그린 그림도 함께 실렸다.

고인은 병상에서 ‘갑자기 눈물 한 방울 떨어지는 순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때마다 든 생각들을 짧은 글로 쓰고 낙서도 하면서 ‘눈물’의 의미에 주목했다. "주변에서 요청이 많지만, 스스로 보려고 쓰는 거라 사후라면 몰라도 생전에 책으로 낼 생각은 없다"고 작년 8월 인터뷰(연합뉴스)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시간’을 한 예로 들었다. "인간이 시간을 발견한 것은 대단한 건데 거꾸로 인간이 시간의 노예가 돼버렸다. 우리가 만든 게 덫이 됐다. 거기 맞춰 살아가야 해서 ‘눈물 한 방울’이 흐르는 것이다." 또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얘야, 시계 밥 줘라, 시계 죽었다’ 하던 시절엔 지금처럼 분·초를 정확히 따지는 관념이 없었다" "전자시계의 시대엔 ‘시계가 죽었다’는 식의 느슨한 시간관념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차이에서 느끼는 시간비평을 일본의 하이쿠(俳句)처럼 석 줄의 단시(短詩)로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초 펴낸 <이어령, 80년 생각>에서 ‘눈물 한방울’ 얘기가 나온다. 나치 치하를 살던 소녀, 안네 프랑크의 ‘눈물 한 방울’이 생각의 날개 속에서 창작물로 부화해 <안네의 일기>가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어지러운 오늘날 또한 ‘눈물’이 ‘생각과 창조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역시 눈물의 의미에 관한 대목을 담았다. "이 세대는 핏방울도 땀방울도 아닌, 눈물 한 방울이 필요하다네. 지금껏 살아보니 핏방울 땀방울은 너무 흔해. 서로 박터지게 싸우지. 피와 땀이 싸우면 피눈물밖에 안 나와. 피와 땀을 붙여주는 게 눈물이야. 피와 땀이 하나로 어울려야 천리를 달리는 한혈마(汗血馬)가 나오는 거라네."

이 전 장관의 장남인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고 내용을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단계"라며 "스케치북 글은 외부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기념회 개최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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