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권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았다. 방송에서 국정원장 때 본 존안자료(일명 X파일)를 들먹이며 "공개되면 문제될 인물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비밀자료를 자신의 정치협박 무기로 써먹은 것.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옛 소련의 KGB 등 독재국가 정보기관장이나 저지를 법한 일. 국정원이 "국정원직원법 제17조 위반과 동시에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경고를 했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그렇게 하는가?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개인 잘못이라며 그냥 끝낼 일이 아니다. 국가정보기관 최고 책임자가 국가기밀을 멋대로 악용하는 것은 나라 기반을 허무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반역에 버금가는 짓이다. 그에 마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박 씨가 다시는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는 뇌물죄 재판에서 "입으론 변화를 부르짖으며 관행에 젖어 잘못한 것은 처벌받겠다"고 자인했을 정도로 늘 입놀림이 가벼웠다. 숱한 정치 분란을 일으켰다. "김정은 체제를 강화시켜주는 것이 좋다"는 등 북한을 옹호해 왔다. 정치판에 그대로 두면 국가기밀을 들이대며 북한을 이롭게 하거나 나라를 흔들 발언을 일삼을 것이 분명하다.

박 씨를 국정원장에 앉힌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장 나쁜 인사였다. 대북관계를 다루는 정보기관 책임자에 대표 친북인물 박 씨를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요 모독이었다. 국가안보의 무시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정치판에서 갖은 술수로 생존한 그를 기용한 것은 국내정치에 국정원을 악용하도록 허용·격려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정치 줄타기에 능한 ‘타락한 서커스 정치인’이라 불리는 것을 몰랐던가? 그는 재벌로부터 돈을 받은 등의 혐의로 옥살이를 한 전과자다. 국정원의 명예·자존심을 깡그리 무너뜨리는 인사였다. 최근의 정치권 협박은 문 전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

박 씨가 다시는 정치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민심뿐이다. 정부는 그가 국정원장 때 관련된 비리 사건들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의 실체를 국민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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