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까지 추상미술 선구자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점·선·면·형·색 등 기본 요소로 '자연 추상' 독자적 세계 구축
자녀들, 아버지 이름 내건 '유영국미술관' 건립 뜻 재확인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전경. /국제갤러리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전경. /국제갤러리
1970년대의 유영국 화백.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20주기 기념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8월 21일). 자연의 요소를 단순한 형태로 승화시켜 가장 순수한 추상의 세계를 펼친 작가였다. 작가의 시기별 대표 회화 68점과 드로잉 21점, 추상 작업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사진작품, 작가의 활동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등이 소개된다. 상업 화랑 개최지만, 규모와 내용은 ‘공공 미술관급’이다.

유 작가는 191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 문화학원에 입학해 처음 추상미술을 접했다. 점·선·면·형·색 등 기본 조형 요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자연 추상’,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채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귀국한다. 이후 고향 울진에서 집안의 가장으로, 선주로, 양조장 경영인으로 생활하며 틈틈이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생업과 작품활동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삶"을 살다 48세 때 전업 작가가 된다. 아내 김기순 여사의 이해와 협력이 컸다. 이후, 놓친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압도적 집중력·에너지, 대담한 구성을 통해 풍경·마음의 심연을 깊이 깊게 표현했다.

작가의 색채실험과 조형언어를 간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표작, 독자적 미학·스타일을 구축하기 시작한 1950~1960년대 초중반 작품이 제1 전시관에 모여 있다. 1950년대 이전 작품들은 전쟁·자연재해 등으로 소실돼 전시회 출품작을 인쇄한 엽서 등을 통해 보여준다. 제2 전시관엔 1970~1990년대까지의 전업작가 시절, 자연의 원형적 색감을 심상으로 환기시켜 가던 완숙기 작품들이다. 작가가 1942년 경주를 방문해 촬영한 사진 연작과 다양한 드로잉, 작가 사료 등이 제 3 전시관에 놓였고, 마지막 전시관은 기하학적 추상·조형 실험이 절정에 달한 1960년대 중반 ~1970년대 초기 추상화들로 구성됐다.

유영국미술재단 유자야(차녀) 이사와 유진(장남) 이사장은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영국미술관 건립 의사를 거듭 밝혔다. 작품 수량은 충분하다. 대부분의 작가 미술관은 유족 등이 작품을 기증하고 지자체가 건립해 운영한다(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대전시립 이응노미술관. 진주시립 이성자미술관, 서귀포시립 이중섭미술관 등). "작가의 위상과 업적을 생각할 때 ‘유영국’ 이름을 내건 미술관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미술계 인사들이 입을 모은다. 실현 방식엔 의견차가 있다. "미술관 형태로 가야 할지, 공공미술관 내 ‘컬렉션’ 형태로 가야 할지,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는 것이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특정 작가를 위한 컬렉션 조성은 불가능하다"(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고 한다. 2010년경 고향인 경북 울진군이 유영국미술관 건립을 논의하다 중단된 바 있다. 그의 작품 주요 모티브가 ‘울진의 산·바다’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약점 때문에, 작가 생전의 거주지(서초구)나 제주도를 후보지로 추천하기도 한다. 제주도엔 ‘이중섭미술관’ ‘김창열미술관’ 등 주요 작가들 미술관이 모여 있다. 
 
이건희 컬렉션, 유영국(1916~2002)의 ‘무제’. 山을 추상화한 작품세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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