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2차 발사가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그 전의 국내 발사체와 다르게 실제로 작동하는 위성을 싣고 떠난다. 이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첫 위성으로, 운용과정에서 국내 우주항공 기술을 전반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연합
15일 2차 발사가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그 전의 국내 발사체와 다르게 실제로 작동하는 위성을 싣고 떠난다. 이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첫 위성으로, 운용과정에서 국내 우주항공 기술을 전반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연합

15일로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2차 발사는 국내 우주항공산업, 특히 민간분야의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될 전망이다. 발사를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차 발사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동안 확보한 기술적 유산을 고도화하고 민간이전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화성·태양 같은 심우주로 우주 탐사·개발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항우연은 누리호의 2차 발사를 기점으로 한국형 발사체의 고도화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이번 고도화의 핵심 방점은 발사체의 신뢰도 확보에 찍혀 있다. 이를 위해 총 6873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4차례 더 누리호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2023년 상반기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2024년 초소형 위성 1호, 2026년 초소형 위성 2∼6호, 2027년 초소형 위성 7∼11호 등의 발사가 예고돼 있다. 3차 발사를 위한 누리호 3호기의 제작도 이미 시작됐다.

특히 정부는 이 과정에서 관련기술을 민간에 적극 이전함으로써 우주발사체의 설계부터 조립·테스트·발사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종합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에도 내로라하는 민간 우주항공기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우주항공업계는 이런 체계종합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면 발사체 기술자립의 아킬레스건인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민간기업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발사체와 위성의 조립·설계분야는 세계적 수준에 올랐지만 소재·부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진정한 기술자립으로 보기 어렵다"며 "올해 발사될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6호만 해도 국산화율이 6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향하는 넥스트 누리호의 종착지는 행성·항성·소행성 등의 심우주다. 과기정통부는 그 첫 단계로 누리호를 능가하는 차세대 발사체(KSLV-III)를 독자 개발하고 오는 2031년 달에 우주선을 보내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한 달 착륙 검증선을 쏘아 올려 성능을 확인한 뒤 이듬해에 달 표면에서 자원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할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골자다. 이 프로젝트에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933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간다.

차세대 발사체는 3단이 아닌 2단 로켓을 표방한다는 부분에서 누리호와 차별화된다. 2단 로켓은 분리 절차를 한 번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발사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고 부품수가 적어 제작비도 아낄 수 있다. 현재 정부와 항우연은 발사비용 절감을 목표로 차세대 발사체의 1단 로켓을 회수·재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 이때도 3단보다 2단 로켓이 유리하다.

또한 엔진 연소 방식에서도 추력에 강점을 지닌 다단연소시스템이 채용될 전망이다. 이 시스템은 누리호의 가스발생기 방식에 비해 연료효율을 5~10% 높일 수 있다. 누리호보다 낮은 추력의 엔진으로 더 멀리 가거나 더 많은 탑재체를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구 저궤도에는 최대 7톤의 다목적 실용위성, 달궤도에는 1.8톤의 탐사선, 화성에도 1톤의 화물을 보낼 수 있다는 게 항우연의 설명이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한편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기업이 생산한 부품을 활용함으로써 민간우주기업 육성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심우주 탐사용 발사체의 확보와 이를 통한 우주탐사 영토 확장이 미래에 가져다줄 이익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최초의 우주 스타트업 투자자인 로버트 제이콥슨은 인류가 경제 활동을 우주로 넓혔을 때 로켓·위성·의료·로봇·희귀광물 채굴 등의 산업에서 누릴 경제가치만 무려 1000조달러(약 128경4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에게 미래 산업의 패권을 거머쥘 천문학적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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