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며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3000만원선이 무너졌다. /연합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며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3000만원선이 무너졌다. /연합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비트코인의 낙폭이 커지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3000만원선이 무너졌다.

특히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 기업 셀시어스에서는 투자자가 대규모로 이탈하는 ‘코인런’이 발생했으며,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한때 비트코인 인출이 중단되기도 하는 등 시장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14일 오전 8시 50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930만2000원으로 24시간 전보다 16.17%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업비트에서 2896만원까지 내려갔다. 비트코인의 2000만원선 진입은 2020년 12월 29일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의 가격 역시 비트코인에 동조하며 156만원까지 떨어졌다. 24시간 전보다 17%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이는 가파른 물가 오름세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시장을 뒤덮은데 따른 것이다.

일부 대형 거래소와 플랫폼이 비트코인의 인출을 막으며 시장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저녁 9시께부터 약 3시간 동안 비트코인 인출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바이낸스는 일시적인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의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인 셀시어스가 저조한 시장 상황을 언급하며 비트코인 인출을 막은 와중이어서 시장의 불안도 증폭됐다. 로이터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퍼지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의 하락세가 다른 암호화폐로 전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년 5개월 만에 1조 달러(약 1288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3일 오전 현재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9260억 달러로 집계돼 202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조 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2조9680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7개월 만에 2조 달러 이상 증발했다. 최근 두 달 사이에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앞다퉈 처분하면서 투매 현상이 가속화됐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4% 이상 하락해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만4000달러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50% 하락했고,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가인 6만7802달러와 비교해서는 63% 떨어졌다.

암호화폐 급락세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지난달 초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테라USD 붕괴 사태, 셀시어스의 인출 중단 등 내부 요인으로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암호화폐를 자사 플랫폼에 맡기면 기관투자자 등에 이를 대출해 18%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해온 셀시어스는 극단적인 시장 여건 때문에 암호화폐 인출과 이체 등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블록체인 기술업체 체인업의 제프 메이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위험하고 현금화하기 쉬운 암호화폐들이 매도 우위 시장에서 가장 먼저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루노의 비제이 아야르 부사장은 "앞으로 한두 달은 비트코인 가격이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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