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노갑 고문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이 분향 및 헌화하고 있다. /연합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노갑 고문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이 분향 및 헌화하고 있다. /연합

국가정보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쓰며 정치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의 신분을 보장해주던 국정원장이라는 자리가 사라진 이상 정치적 방패가 있어야만 대선개입 등 선거범죄에 대한 사법처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공수처 수사2부(김성문 부장검사)는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 및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에 대한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지난해 9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 배후설’을 부인하면서 "윤석열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원장이 거론한 ‘윤우진 사건’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현직에 있던 2010∼2011년 세무조사 무마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육류업자로부터 금품 등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윤 전 서장은 2012년 경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가 태국에서 체포돼 강제 송환됐다. 이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2015년 윤 전 서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이와 관련해 박 전 원장을 기소할 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당적도 없고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고 있는 박 전 원장을 기소하는 데에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박 전 원장이 최근 여러 매체에 출연하면서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도 본인의 보호막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등에 대한 ‘존안(存案) 파일’의 실재를 확인했다"며 "이걸 국회에서 공개하면 의원님들이 이혼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 카더라, 증권가 정보지에 불과한 내용"이라며 신빙성은 평가절하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나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시위인 셈이다.

박 전 원장이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할 뜻을 밝힌 것도 야당 멤버로 합류해 정치적 방패를 얻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6년 동안이나 떠나있었던 당에서 박 전 원장을 다시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박 전 원장은 2008년 통합민주당 소속이었으나 총선 공천 탈락에 불복해 탈당했다. 당선 이후 민주당으로 복당한 그는 2016년 국민의당에 합류하며 당적을 바꿨다. 2018년에는 또 탈당하며 민주평화당 창당 멤버로 합류했으나 1년만에 탈당했다. 2020년에는 대안신당 창당 멤버로 합류하며 14년간 5번이나 당적을 바꿨다. 세간에서 그를 부르는 별명 중 하나인 ‘박쥐’가 단순한 별명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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