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김성회

여의도에 실용주의 정치바람이 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일성으로 "이념과 명분보단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민생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며 실용주의 정치를 천명한 뒤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념주의’를 퇴치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화답이나 하듯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생우선의 실용주의 정치를 내세웠고, 안철수 의원은 국회 입성의 일성으로 "이념주의 퇴치, 실용주의정치를 우선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민주당에서 당선된 김동연, 김관영 지사 당선인들로 앞 다투어 민생우선의 실용주의 정치를 내세우고, 이재명 전 지사마저 "실용주의자"라고 외친다.

그런데 정작 서구 좌파에서 시작된 ‘정치적 올바름(PC)주의’ 앞에만 서면, 여의도 실용주의자들의 목소리는 모기소리만큼 작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페미니즘과 동성애의 정당성을 강요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없다. 그저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만을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다.

하기야 조선 500년 역사를 통해 한국인들에게는 도덕적, 윤리적 올바름주의가 뼈 속까지 스며들어 있다. 실질적인 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윤리 도덕적으로 올바른 소리를 해야만 한다는 잠재의식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국인들에 대한 설문조사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도덕적 관념과 실질생활의 괴리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겠는가!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반일주의’와 ‘페미니즘’, 그리고 성적 소수자로 지칭되는 동성애의 문제일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며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좌파 PC주의의 문제점은 그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려 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혐오"라는 단어의 남용이다. 마음속으로 차별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단어마저 "혐오표현"이라고 낙인찍어 버리면 혐오주의자가 되고, 차별주의자가 된다. 법률적으로 단죄하려 든다. 그것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그야말로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반자유주의적 행위이고 ‘역차별’의 현장이다.

그럼에도 하늘을 찌를 듯한 "실용주의 정치"의 목소리는 차별금지법 제정, 5.18폄하발언 처벌법 앞에서는 어떤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이념과 명분에 사로잡힌 정치를 하지 않겠다면서 정치적, 도덕적, 윤리적 올바름을 내세우는 좌파의 PC주의 앞에서 "그건 아니다"는 목소리를 그 누구도 내지 않는다.

그야말로 ‘민생우선의 실용주의’가, 여의도를 떠도는 서구 좌파의 PC주의 유령에 주눅 들어 정치자영업자의 ‘자기 편의적인 실용주의’로 전락하고 있는 정치현장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아무리 "민생우선 실용주의"를 내세워도 성리학적 도덕주의와 닮은 ‘PC(정치적 올바름)주의’ 앞에 얼마나 힘이 없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생우선의 실용주의’가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선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실질’과 결합해야 한다. 말로만 떠드는 형식적인 ‘실용주의’를 가지고는 여의도를 떠도는 서구좌파의 ‘PC주의’ 벽을 결코 넘지 못할 것이다. 진짜 실용주의 정치를 실천하려면, 당장 수많은 국민들을 차별주의자, 혐오주의자로 낙인찍을 것이 뻔한 ‘차별금지법’ 제정부터 저지해야 할 것이다.

눈앞에 마주친 반 자유, 반 민생의 현장을 외면하면서 아무리 "민생우선의 실용주의"를 외쳐보았자, 그것이 무슨 국민 우선의 정치이겠는가! 실질을 중시하는 실용주의가 아니라면, 말장난에 불과한 ‘실용주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시 한 번 말하노니, "민생우선 실용주의 정치인들이여, 좌파 PC주의자들에게 굴복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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