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5200만 국민 중 가장 소외되고 목소리 작은 존재는 누굴까? 아마 태어나서 바로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시설에 들어간 아이들이 아닐까?

사람의 신체 건강 이상은 대개 통증이나 기능 이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회의 건강 이상은 가장 소외된 집단의 삶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부모 사망·이혼·빈곤·학대 등으로 원부모로부터 격리된 보호아동은 출생아 수의 1~2% 정도다. 이들은 위탁·입양·시설보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국가별 보호아동 중 시설(보육원) 보호아동 비율은 한국 58.7%, 스웨덴 2.0%, 미국 3.9%, 호주 5.0%, 영국 12.0%다. 더 큰 문제는 시설보호 기간이 한국은 평균 11년인데, 나머지는 1년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의 사랑 속에서 부모와 교통(communion)이 일어나는 가족은 물, 밥, 집만큼이나 필수적인 것이다. 아무리 잘 교육된 보모(保母)라 할지라도, 3교대로 7~10명을 돌봐야 하기에 부모-자식 관계에서만 형성되는 지력이나 인성(자존감, 자신감, 자기 소유물 관리 등)을 제대로 기를 수 없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시설에서 오랫동안 보호된 사람의 상당수는 ’시설 병‘을 앓는다. 그 결과 한국에서 출생아 중 보육시설행 비율은 1~2%인데, 보육원 출신자의 교도소 수감(경험)자 비율은 30%~40%, 자살자 비율은 일반인의 20배다. 그래서 선진국의 시설보호 아동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시설보호 아동 비율은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치부인 노인빈곤율과 자살률보다 훨씬 부끄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와 달리 문제라는 인식도, 고치려는 노력도 없다. 정부는 가장 소외된 곳에 가서 정책을 올려다봐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