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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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선(戰線)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은 우크라이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벌인 모든 것에 거리낌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그들끼리는 엄청나게 말이 된다. 러시아가 북한에 완벽한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72년 전 자기 할아버지가 그랬듯 남침명령을 내리고 싶어질 것 같다. 중국이 끝까지 자기편에 서서 뒷배가 되어준다는 확신 없인 그럴 수 없겠지만, 그에게 한국과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허무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런데 상황이 반대다. 김정은은 한국·미국·일본 사이에 유대관계가 확인되는 것을 보며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어느 누구도 한·미·일 3국 동맹을 예상하진 않지만, 이들 3국의 공조는 표어가 돼가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이후, 미국 고위 관리들은 미사일시험과 핵실험의 형태로 다가올 북한의 위협에 대해 세 나라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하게 역설해왔다.

이러한 협력은 김정은과 그의 도발을 거들 수 있는 중국 양측에 즉각적인 도전이 된다. 중국이 다른 서방 주요국들의 관계를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보듯, 중국은 한국·미국·일본 사이의 3국 협력을 반중(反中)으로 간주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야망을 가장 심각하게 흔드는 것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종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함께 논의해 온 군사훈련이다.

이들 세 나라의 전열 정비는 미국 주도의 다른 협정보다 중국에 실질적으로 더 큰 위협이다. 우선 미국·일본·호주·인도를 공동의 대의로 엮은 쿼드(Quad)가 있다. 또 하나는 오커스(AUKUS), 즉 호주·영국·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제공과 함께 첨단전 수단을 공유하기로 한 합의체다. 이 협정들이 중국에 당장 압박을 주진 않는다. 합동훈련을 의무화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북한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 보다 확실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면, 성명을 발표하거나 북·중의 레토릭을 반박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중요한 것은 ‘억지력 확장’을 통한 대응이다.

우크라이나의 대(對)러 항쟁을 뒷받침해 온 미국이 저러다 지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워싱턴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NATO 동맹국들이 지원한 무기가 러시아 측에 흘러들어가거나 탈취되기도 한다. 서방의 무기 조작법까지 배우며 우크라이나로부터 물러서지 않는 러시아인들에게, 김정은이 박수를 보내며 응원할 만하다. 그는 2차 한국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진 않지만, 자기 적들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다. 한국·미국·일본이 조만간 서로 논쟁을 시작하며 각각 국내적으로 국론분열에 처하게 되리라는 것, 문재인 대통령 시절처럼 조만간 어쩔 수 없이 ‘대북 유화책’ 결론을 낼 수밖에 없으리란 기대 말이다.

대북강경론, 연합훈련론, 북한미사일시험발사 대응론은 김정은이 물러설 때까지 견지돼야 한다. 그게 현재 미래의 관련국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책무다. 비핵화는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한다 해서 어떤 타협을 한다거나 사실상의 핵보유국 승인을 해주는 것 등은 있을 수 없다. 북한이 핵을 끝까지 붙들고 관련 타협을 모두 거부하는 한, 북한은 한반도와 이 지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자 국민생명을 인질로 한 불안요소일 뿐이다. 한·미·일 지도자들이 이에 맞설 협력 필요성에 완전히 뜻을 모은 것 같아 고무적이다. 이제 강한 어조가 단순한 레토릭 수준의 것이 아님을 증명하면서, 그것을 잇는 후임자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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