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대학교를 형상화한 정문. 1975년 관악으로 캠퍼스를 이전, 1978년에 생긴 정문.

서울대가 장기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학부생 정원 감축, 학교채 발행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서울대학교 2022-2040 장기발전계획 중간보고서(안)’에 따르면 서울대는 장기 발전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 6개를 선정했다. 이 속에 학부 정원 감축 방안이 들아간다. 구체적인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학령인구 변화 등을 고려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로 지난해 기준 419만명이었던 18∼24세 인구가 2040년 218만명으로, 대학 재적 인구는 235만명에서 122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2040년까지 재정 규모를 현재의 2배 수준인 3조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학교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재건축·경전철 서부선 개통 등 대형 사업의 자금 조달에 학교채 발행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또 학문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해 교수의 소속과 정원을 학과 단위가 아닌 단과대학 및 본부 단위로 확대할 방침이다. 학부생 입학 단위 역시 점진적으로 학과 단위 이상으로 광역화한다. 예를 들어 영어영문과·불어불문과 또는 정치학과·외교학과·사회학과 식의 과 구분, 인문과악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경계도 없어지는 추세다. 지역학과 형태를 비롯해, 융합학문을 추구하는 체제가 더 시대적 요구에 맞는다. 학문의 국가별·전공별 구분, 심지어 문과·이과의 경계도 걷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대의 사회적 기여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공헌형 교과목을 개발하고 이들 과목을 이수하는 것을 필수 졸업 요건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그 외 지역 상생을 위한 발전·기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총장 선출제도와 이사회 구성 등 대학 거버넌스도 개편할 계획이다. 관악캠퍼스에 ‘거주형 대학’(RC, Residential College)을 도입하는 것은 2026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단기 실행과제로 분류됐다.

앞서 서울대는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내년 2학기 기숙사 1개 동 정도의 규모로 RC 시범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서울대 장기발전위원회는 내년도 적용 개시를 목표로, 2040년까지 아우르는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참고로, 대학은 서구 사회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가운데 발생했고, 그 체제는 18~19세기를 거치면서 완성됐다. 따라서 지극히 근대국가 형성·발전기의 필요에 맞춰 발전한 조직이다. 아카데즘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세분화와 깊이의 추구를 중요시했으나, 그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개별 학문들이 소통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역사도 자국사 중심의 ‘국사’ 대신 주변 국가들의 역사나 관계사 또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늘었다. 엄격히 나눠져 있던 문과·이과의 장벽도 더 허물어져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에 인문학적 발상이 필요해진 지 오래다. 대학은 탈(脫)근대, 후기산업사회에 필요한 구조로 재구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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