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위의 혁신안과 별개로 당을 효율화하고 지금까지 어느 정당도 걷지 못했던 길을 걷기 위한 시도는 빠르게 진행된다"라며, 정당 업무 자동화 계획을 밝혔다. 해당 게시글에는 자동화를 위한 ‘당 내 IT수요 총괄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버드 컴퓨터과학 학사 출신인 이 대표가 전공 분야에 대한 개선사항을 찾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당 대표를 두고 있는 국민의힘 온라인 환경은, 최근의 선거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정당 홈페이지만 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가독성ㆍ활용도의 수준 차이는 처참할 정도인데, 당원과 지지자분들에게 참으로 감사한 부분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라도 홈페이지와 앱 관련 개선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4차산업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의 자동화 작업과 즉각적인 반응형 온라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당의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말하는 자동화가 어떤 영역인지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기에, 많은 부분에 의문이 생긴다. 최근 불거지는 혁신위를 통한 총선 개입 시도설을 염두하여 상상과 우려의 영역으로 넘어가 보자면, 공천과 당원명부에 대한 부분을 지나칠 수 없다.

당원명부를 관리하는 당원 관리 시스템은 수많은 개인정보가 들어있고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만이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역 당원과 당원협의회를 대표하는 당협위원장의 권한은 총선이 아니어도 막대하다고 여겨진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등 최근의 경선 과정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지역 당원의 조직된 힘은 경선부터 본선까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필자 역시 2019년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될 때까지 당협위원장직을 수행했다. 그래서 당원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과 문제점, 개선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를 빌미로 한 그 틈새로 80만이 넘는다는 당원의 개인정보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면,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나 대통령 선거 등에서 악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

또 본격적인 자기 정치를 선언한 당 대표가 충분한 대우를 약속하며 채용하겠다는 IT인재는 누구일까? 바른정당, 새로운보수당 출신의 ‘이핵관’들이 요직을 꿰찬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에 말이다.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대선 내밀었던 세 개의 비단주머니 중 하나라는 ‘드루킹 잡는 크라켄’은 어떤 성과를 냈는가? 혹여 당원과 당직자들의 편의를 빌미로 스스로가 ‘크라켄’ 혹은 영화 ‘터미네이터’ 속의 ‘스카이넷’이 되어 당을 장악하는 괴물이 되려 한다면 그 누구든, 심판의 대상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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