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왼쪽 첫 번째)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오른쪽 첫 번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신화=연합
양제츠(왼쪽 첫 번째)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오른쪽 첫 번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신화=연합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급 외교·안보 참모가 제3국에서 만나 북핵 및 대만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4시간 반, 예정에 없던 길이의 회동이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13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만나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양국간 경쟁 관리를 위해 열린 소통채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도 상호 접촉·대화를 강화해 오해·오판을 줄이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통제하자는 데 두 사람이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며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고 잠재적으로 핵실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거부권이 행사된 것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고 미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제재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불발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 내 미국인 구금문제,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를 중국이 지원한 것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중국 측은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중 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대만문제 관련해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양 정치국원이 "타국의 내정간섭을 용납 못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며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대만문제는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잘못 처리하면 파괴적인 영향이 있을 것", "이 위험은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려 하고 대만 당국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함에 따라 계속 커질 것이다", "미국은 반드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양국 3개 공동성명(수교 공동성명 등) 규정을 엄수하며, 신중 ·적절하게 대만문제를 다뤄야 한다."

또한 양 정치국원은 미국을 향해 ‘4불-1무’의 실천을 촉구했다. 신냉전·중국의 체제 변화·반중동맹 강화·대만독립 지지 등을 추구하지 말 것(4不),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1無)는 뜻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누차 밝히면서 전방위적으로 중국 압박을 강화해왔다는 것이다.

이번 만남은 미국이 대(對)중국 포위전략,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한편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시 주석 회담 가능성도 미국 내에서 제기됐다. 두 정상 사이엔 지금까지 4차례 화상이나 전화 회담 뿐, 대면 회담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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