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체비 체이스에 있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원 대법관 자택 부근에 보도진이 모여 있다. 연방대법원 대변인은 이날 오전 캐버노 대법관 자택 근처에서 무기를 소지한 남성이 캐버노 대법관을 위협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최근 유출돼 파문을 일으킨 낙태권 결정문 초안과 관련해 분노한 상태였고 대법관들을 죽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

미 주류 언론들의 편파적 보도가 새삼 논란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1·6 의회 난입 사태 청문회에만 집중하며 ‘보수 대법관 암살미수 사건’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3일(현지시간) 미국 내 보수 매체와 공화당 의원들이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인 브랫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지난 8일 20대 남성에 의해 메릴랜드주의 자택 근처에서 위협을 당했다. "대법관들을 죽이고 싶다"던 문제의 남성은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낙태권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최종 결정문 초안이 최근 유출돼 문제시 된 바 있는데, 그 내용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은 ‘법의 권위’를 상징한다. 더구나 다인종·다민족 이민국가 미국에선 ‘법의 권위’야말로 건국 이래 지금까지 사회를 지탱하는 최대 저력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런 가치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에 주류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리더격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하원 특별위원회의 청문회 보도엔 열을 올리면서, 연방대법관 암살 미수 사건을 외면하는 현실에 개탄의 목소리가 높다. 친민주당 성향의 대법관이었다면 전혀 다르게 반응했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주류 미디어가 청문회를 내내 홍보했지만 바이든의 계속되는 위기와 대법관 암살 시도는 대체로 무시했다(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숀 해니티)",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캐버노 대법관 암살시도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워싱턴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팀 영)", "1·6 사태 청문회에서 캐버노 대법관 암살시도에 관해 얘기한 사람 있나?(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 등등 무거운 지적들이 이어졌다.

현재 대부분의 미 주류 언론은 하원 특위의 1·6 사태에 대한 공개 청문회를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결과를 뒤집고자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사당에 난입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9일 저녁 프라임 타임대에 첫 청문회를 생중계한 데 이어, 며칠 후 같은 시간대에 두번째 청문회를 방영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신문들이 홈페이지에 별도 코너를 마련하는 등 청문회 관련 소식을 집중적으로 대서특필한 반면, 캐버노 대법관 사건은 발생(8일) 이후 관련 기사를 대폭 줄였다고 더힐이 분석했다. 한편 청문외가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인기는 오히려 상승세다. 미국인 반 이상(55%)이 최근 1·6 의사당 폭동 사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은 ‘없거나 부분적’이라고 응답했다(NBC뉴스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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