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눈

바다는 육지의 먼 산을 보지 않네
바다는 산 위의 흰 구름을 보지 않네
바다는 바다는, 바닷가 마을
10여 호 남짓한 포구마을에
어린아이 등에 업은 젊은 아낙이
가을 햇살 아래 그물 기우고
그 마을 언덕바지 새 무덤하나
들국화 피어있는 그 무덤을 보네


김명수(1945~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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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살아생전 서울 남산전망대에 모시고 간 적이 있다. 서울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예상과 달리 할머니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거대한 도시에 감탄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저 많은 사람들 뭐 먹고 사니?

바다에서 본 육지는 거대하다. 시인은 눈을 즐겁게 하는 거시적(巨視的)인 ‘먼 산’과 ‘흰 구름’ 대신 바닷가 작은 포구마을, 거기서 어린아이 등에 업고 그물 기우는 젊은 아낙과, 들국화 피어있는 새로 생긴 무덤 하나의 미시적(微視的)풍경을 제시하며, 그 무덤에 아낙의 남편이 잠들어 있을 거라고 넌지시 말해준다.

천하제일 절경(絶景)일지라도 거기에 사람이 없다면 그저 무심하거나 황량한 자연일 뿐이다. 미적 감동은 크거나 거대한 것에 있지 않다. 감동은 소소한 것들로부터 온다. 문학이란 바로 그런 것들을 서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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