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환
오정환

2017년 12월 8일 MBC 김장겸 사장을 해임하고 사장 자리에 오른 최승호는, 회사에 남아 언론노조의 파업에 불참하고 묵묵히 일을 하던 88명의 기자들에게 모두 보도국 밖으로 나가라는 ‘소개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파업 불참 기자들은 방송뉴스 취재 보도 및 출연 기회를 박탈당했고, 조연출·작가·뉴스 자료 정리 등의 업무를 하는 부서로 내몰렸다. 이후 한두 명의 파업 불참 기자들이 뉴스데스크 출연 기회를 잡은 적이 있으나 대부분은 여지껏 마이크를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다.

해외 8개 지사에 가족과 함께 나가 있던 특파원 12명도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일제히 조기 소환됐다. 부임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도쿄 특파원을 비롯하여 대부분 임기 3년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특파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돌아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사 폐쇄나 정리를 명분으로 해외 지사당 두세 차례의 회계감사와 재무제표 조사가 이뤄졌다. 또 특파원들은 2017년 12월 19일자로 해외 지사장의 권한을 비롯한 취재 및 보도 권한을 박탈당하여 단 하나의 리포트도 MBC 뉴스에 방송할 수 없었다.

귀국한 특파원들 12명 가운데 언론노조 소속인 김필국 특파원만 뉴스투데이 편집부장과 통일전망대 앵커 등의 보직을 역임하며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다. 비언론노조원이나 MBC노동조합(제3노조) 소속이었던 나머지 11명의 특파원들은 단순 자료정리 업무인 뉴스데이터팀이나 편집부 등에 배치되어, 각종 뉴스의 리포터 출연 코너 작가 일을 하거나 조연출, 섭외 담당 자리로 밀려났다.

이후 언론노조원 외에는 단 한 명도 MBC보도본부의 보직간부를 맡지 못하였으며, 특파원 11명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뉴스에 출연하거나 리포트를 취재 보도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그 사이 2018년 9월에 언론노조원인 여홍규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했고, 김희웅이 베이징 특파원으로 발령받아 빈 집에 입성했다. 2018년 12월에는 박성호가 워싱턴 지국장으로, 2019년 4월에는 고현승이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했다. 모두 언론노조원으로 교체된 것이다.

이렇게 ‘기자 물갈이’를 한 MBC 보도국은 2018년 내내 북미대화와 남북정상회담을 칭찬하고 찬양하는 보도로 일관하였고, 근거 없는 ‘낙관론’ 속에 김정은에게 ‘위원장’ 호칭을 꼭꼭 붙이면서 북한을 이른바 ‘정상국가’로 보도하였다.

언론노조가 주도한 파업에 불참한 비언론노조원들을 뉴스에 얼굴을 내지 못하도록 막은 최승호, 박성제는 이러한 ‘마이크 뺏기’와 부당노동행위의 용의자들이다. 그들에게 더이상 공영방송의 경영을 맡길 수 없다. 당장 수사를 통해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불법을 막아야 한다.

88명의 파업 불참 기자들은 이제 취재원도 끊기고 경력도 단절되어 기자로서의 생명줄을 놓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있다. 이들에게는 기자로서 복귀할 하루 한 시간이 아깝고 소중하다.

왜 박성제는 88명의 기자들을 자리에서 뽑아 바닥에 내팽개치고도 사장 자리에 앉아 있는가? 왜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불법행위자를 방치하는가? 눈앞에 벌어지는 현존하고 명백한 불법을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이 ‘공정’인가? 당장 수사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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