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때 ‘토미 존 서저리’ 받고 한국 최고 투수로 성장…2015년 어깨 수술 후에도 재기

토론토 왼손 선발 류현진. /AP=연합
토론토 왼손 선발 류현진. /AP=연합

2004년 4월 30일, 17세의 동산고 왼손 투수 류현진(35)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1년 동안 묵묵히 재활에 매진한 류현진은 2005년 고교 전국구 스타로 부상했고, 2006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신인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상을 독식했다.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만 35세가 된 2022년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는다.

18년 전처럼 팔꿈치 인대를 완전히 제거하고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의 인대를 떼어내 붙이는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을지, 인대 일부를 제거하고 재건해 상대적으로 수술 부위를 좁히는 수술을 받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수술이 류현진의 빅리그 생활 연장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동안 류현진의 부상 정도에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했던 토론토 구단은 15일(한국시간) "류현진이 왼쪽 팔꿈치 척골 측부 인대(UCL) 부상으로 곧 수술을 받는다"고 밝혔다.

MLB닷컴은 "류현진은 인대를 일부 제거하고 재건하거나, 완전하게 재건하는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을 예정"이라며 "올 시즌 남은 경기는 던질 수 없고, 내년 시즌 초반도 결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2015년 5월 어깨, 2016년 9월 팔꿈치 수술을 집도한 켈란 조브 정형외과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추가 검진을 받은 뒤, 수술 범위를 정할 예정이다.

수술 범위는 재활 기간에 영향을 준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MLB닷컴 등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대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의 재활 기간이 더 짧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선수의 상태, 재활 과정 등에 따라 재활 기간이 결정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인대의 일부만 제거한다면 재활 기간이 줄어들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류현진이 팔꿈치 인대 전체를 재건하는 토미 존 서저리를 받으면, 재활 기간은 1년 이상이 될 전망이다.

토미 존 서저리는 197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 박사가 처음 시도한 수술법이다.

당시 팔꿈치 통증으로 은퇴를 고민하던 토미 존은 손상된 인대를 제거하고 다른 근육의 인대를 떼어내 접합하는 획기적인 수술로 재기에 성공했고, 14년 더 선수로 뛰었다.

토미 존 서저리 성공률이 점점 올라가면서, 많은 투수가 이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도 토미 존 서저리의 수혜자였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류현진은 생애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현지 언론도 류현진이 토미 존 서저리보다는 인대의 일부를 제거하고서 재건하는 수술을 선호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했다.

2020년 류현진과 4년 8천만달러에 계약한 토론토도 재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인대 부분 제거 수술’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의 팔꿈치 부상은 인대가 갑작스럽게 손상된 ‘급성’이 아닌, 서서히 진행한 ‘만성’이다.

브룩스 베이스볼이 측정한 류현진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4㎞로,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의 시속 146.5㎞보다 시속 2.5㎞ 떨어졌다.

구속 저하는 정확한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 구사로 극복했지만, 통증은 이겨낼 수 없었다.

부상 전조도 있었다.

류현진은 올해 4월 1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이 끝난 뒤 왼쪽 팔뚝에 불편함을 느꼈고, 결국 올 시즌 첫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첫 왼쪽 팔뚝 통증의 재활 기간은 28일이었다. 류현진은 5월 15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지난 2일까지 총 4경기 연속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하지만 5월 27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에서 투구 중 왼쪽 팔꿈치에 미세한 통증을 느껴 5회까지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통증을 참고 등판한 류현진은 결국 공 58개만 던지고 조기 강판했다.

경기 뒤 류현진은 "오늘 등판을 후회한다"며 "시즌 초반 부상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정밀 검진 결과, 류현진의 팔꿈치에서 염증이 발견됐다.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팔뚝 통증은 팔꿈치 부상의 전조인 경우가 있다. 팔뚝에 불편함을 느낀 류현진의 팔꿈치에서 염증이 발견된 건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팔꿈치 부상은 공에 속도를 내는 순간 내측 관절에서 바깥쪽으로 외반력이 가해지는 동작이 반복되면서 인대나 뼈에 부담이 가중돼 생긴다. 인대가 늘어나거나 끊어지는 부상, 뼛조각이 웃자라 인대를 건드리는 부상이 대표적이다.

프로야구 투수 대부분이 팔꿈치 통증을 감내하며 마운드에 오른다.

류현진도 선수 생활 내내 팔꿈치 통증과 싸웠다.

동산고 2학년이던 2004년 4월에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 동안 재활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인 2015년 5월, 선수 생활을 건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2016년 9월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을 제거하고자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2016년에 받은 수술은 인대 접합 수술에 비해 재활 기간이 짧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술이었다.

류현진은 수술 후 재기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에 올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단축 시즌으로 열린 2020년에도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토론토 에이스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4.37(14승 10패)로 치솟는 등 고전했고, 올해는 6경기 2승 평균자책점 5.67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분필 이론’에 따르면, 투수의 팔은 닳는다. 투수들은 ‘닳는 속도’를 늦추고자 애쓴다.

KBO리그에서 정규시즌에만 1천269이닝을 던지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천3⅓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의 팔에도 피로가 쌓였다.

시즌 초부터 류현진에게 "팔꿈치의 불편함이 계속된다면 수술을 받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하는 전문가가 있었다.

수술은 지친 팔에 다시 힘을 싣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술 후 재기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6년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류현진에게는 35세라는 ‘나이’도 장벽이다.

류현진은 앞선 세 번의 수술과 더 많은 재활 속에서도 늘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네 번째 수술 뒤 재기 여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류현진은 구위 회복을 위해 길고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을 택했고, 류현진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기다림의 시간이 왔다.


◇ 류현진 주요 부상·재활 일지

▲ 고교 시절
- 2004년 4월 30일=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2005년 마운드 복귀.

▲ 한국프로야구
- 2008년 5월 30일= 왼 팔꿈치 통증으로 프로 입단 후 첫 1군 엔트리 말소. 12일 만에 마운드 복귀.
- 2011년 6월= 견갑골(어깨뼈) 염증으로 1군 엔트리 말소와 복귀, 중간계투 등판, 엔트리 말소 등 재활 과정. 72일 만에 선발 복귀.

▲ 메이저리그 진출 후
- 2013년 5월 29일= 에인절스전에서 타구에 맞아 왼발 부상. 10일 만에 복귀.
- 2014년 4월 28일= 콜로라도전 어깨 통증, 검사 결과 왼쪽 어깨 근육에 염증 발견,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부상자 명단 등재. 24일 만에 마운드 복귀.
- 2014년 8월 14일= 애틀랜타전 오른쪽 엉덩이 통증, 시즌 두 번째 부상자 명단 등재. 18일 만에 복귀.
- 2014년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전 왼쪽 어깨 통증, 정규시즌 조기 마감, 10월 7일 세인트루이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복귀.
- 2015년 3월 18일= 시범경기 오클랜드전 어깨 통증, 5일 후 캐치볼에서 다시 통증 느껴 LA에서 정밀검진, 다저스 주치의 ‘2주간 휴식’ 처방. 부상자 명단에 오른 채 정규시즌 개막 맞이.
- 2015년 5월 5일= 60일짜리 부상자 명단 등재.
- 2015년 5월 22일=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
- 2016년 7월 8일= 어깨 수술 후 첫 등판.
- 2016년 7월 9일=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 등재.
- 2016년 9월 29일= 류현진 왼쪽 팔꿈치 관절경 수술. 괴사 조직 제거.
- 2017년 4월 8일= 팔꿈치 수술 후 첫 등판.
- 2018년 5월 3일 = 애리조나전 투구 중 왼쪽 사타구니 통증. 105일 만에 복귀.
- 2022년 4월 17일 = 오클랜드전 뒤 왼쪽 팔뚝 통증. 28일 만에 복귀.
- 2022년 6월 2일 = 화이트삭스전 투구 중 왼쪽 팔뚝 통증. 15일짜리 부상자 명단 등재.
- 2022년 6월 4일 = 왼쪽 팔뚝 염좌와 팔꿈치 염증 소견.
- 2022년 6월 15일 = 토론토 구단 "류현진 팔꿈치 수술 결정" 발표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가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하청스포츠타운에서 국내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와 훈련하고 있다. /연합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가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하청스포츠타운에서 국내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와 훈련하고 있다. /연합
 
고개 숙인 류현진. /AP=연합
고개 숙인 류현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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