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취지는 좋다. 인터넷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성범죄 동영상을 걸러내 피해자가 없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제도의 편익과 비용이 동시에 존재한다. N번방 방지법은 제도의 편익만 본 정책이다. 물론 제도의 비용이 없으면, 이런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반드시 비용이 존재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N번방’처럼 범죄행위를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런 비정상적인 극소수의 행위를 막기 위해서, 힘 가진 정부에서 추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터넷 공간 전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완벽해 보이는 처방책이다.

그러나 이 공간을 이용하는 대다수는 자유를 침해당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N번방 방지법의 엄청난 비용이다. 대한민국은 자유국가다. 이는 자유를 가장 높은 가치로 인정하는 체제라는 말이다. N번방 방지법의 비용은 개인이 자유롭게 정보를 유통시키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하게 잘 돌아가는 제도는 없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를 만들어도, 사용자의 행태는 천태만상이다. 그래서 비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소수는 항상 존재한다.

좋은 정책이란 제도를 만들고, 행정으로 잘 다스려 가는 이중적 접근방법이다. 그러나 N번방 방지법은 극소수의 비정상적 행위를 막으려 다수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자유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해하지 못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도를 제정할 때 추구해야 할 기준은 많다. 대표적으로 자유, 형평성, 효율성 등이다. 그러나 이들 기준이 서로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한민국이 자유국가란 말은 어떤 기준보다 자유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N번방 방지법은 카카오톡 같은 국내의 기업에만 적용된다. 정작 문제를 야기했던 텔레그램은 국내업체가 아니라 규제하지도 못한다. IT 업체는 국가 간의 장벽이 없는 국제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국내에서 획일적인 규제망을 한국 대기업에만 적용하는 것은 국내 IT 기업들이 발전하는 것을 정부가 막는 꼴이다. 국제화된 세계에선 국제화된 시각으로 규제해야 한다. 국제화된 시각이란, 노동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계를 이해해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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