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수
전광수

지난해 넷플릭스 화제작이었던 ‘소년심판’에서는 재판정에 선 소년범이 키득거리면서 판사(김혜수 분)에게 말한다. "만으로 14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그거 진짜예요?" 자신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분받지 않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의 처벌 강화에 대한 찬반 논란과 함께 주목받았다.

최근 5년간 소년범에 의해 2만여 건의 절도, 8천여 건의 폭력, 1천9백여 건의 강간 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무려 8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범죄가 증가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8일 진행된 법무부 주례 간부간담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과제를 속도감 있게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엄벌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 촉법소년 기준은 UN 아동권리협약이 권고하는 수준이며, 강력한 처벌이 더 많은 범죄와 범죄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화 가능성이 많은 청소년이 범죄자로 낙인찍혀 사회 부적응하게 되거나, 성인 범죄자로 발전하게 되는 낙인이론에 근거한 우려 등도 있다. 청소년은 상황판단이나 감정·충동 조절 능력 역시 미숙하기에 적극적인 교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하지만 막연히 소년범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보기에는 우리 사회를 뒤집어 놓을만한 사건들이 너무 많다. 내용을 짚어보면 너무 계획적이고 치밀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비록 드라마 속 대사이지만, 위의 내용처럼 자신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하며 더욱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심지어 과시하기 위해 SNS에 범죄 내용을 영웅담처럼 올리기까지 한다. 신체만 성숙해진 ‘어른이’가 넘쳐나는 시대에, 소년 범죄자들을 교화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전국에 1개밖에 없는 소년 교도소는 이미 정원을 한참 초과한 상황이라고 한다. 7개의 소년 교도소가 있는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이다. 소년원 역시 일본의 20% 정도에 불과한데, 이러한 교정시설에 들어가는 소년범의 숫자 역시 코로나 이후 확연히 줄고 있다. 시설 수용 인원이 초과해, 처벌이 필요한 범죄자를 억지로 교화의 대상이라 주장하는 것은 아닐까.

일상에서 청소년 비행 현장을 목격하고도 외면하는 ‘어른이’들이 교화라는 감성에 젖어있는 동안, 보호받아야 할 평범한 청소년들과 피해자들은 무너진 일상을 살고 있다.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만, 더욱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현실을 잘 파악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 몇 번의 개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1958년 제정 당시의 뼈대가 남아있는 소년법 역시 현실에 맞게 완전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