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천
이주천

한국 외교의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 오는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정상회의에 유럽의 비회원국인 스웨덴·핀란드, 아시아의 일본·호주·뉴질랜드 그리고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를 받았다. 한국의 정상외교로서는 초유의 대사건이다.

나토가 한국을 초청한 것은 한국의 경제적, 군사적 국력신장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기여를 재촉하는 의미가 크다. 72년전 6.25전쟁시 낙동강까지 밀린 채, 국가의 안위가 풍전등화에 처했을 때, 유엔군의 깃발아래 참전한 나라들이 거의 나토회원국들이었으니, 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2차대전 직후 소련공산주의가 중동부유럽에서 처칠이 경고한 ‘죽의 장막’을 치고 공산정권의 수립을 획책하자, 미국과 자유진영 국가들이 소련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1949년에 만들어진 집단안보체제로서 서유럽의 반공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회원국 한 나라가 침략을 당하면 공동대응하도록 규정하여, 나토는 90년대초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몰락할 때까지 서방진영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 나토의 가장 큰 성과로 서독이 주도한 독일의 자유통일을 들 수 있다. 21세기 들어서서 나토회원국들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회원국으로 가입신청을 낸 상태이다.

나토는 홈페이지에서 한국을 형식적으로는 "유럽을 넘어서서 사이버 방어, 비확산 또는 대테러와 같은 공동 안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전 세계 동반자 국가 중 한 나라"라고 규정하면서 아시아 반공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제 나토는 우크라이나전쟁을 도발한 러시아가 다시는 주변국가들을 침공하지 못하게 3류 국가로 만들려는 목적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경제적,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무부에서도 이번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이 한국의 대북경고와 대북억제력에 대한 국제적 공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이 나토를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나토가 한국과의 경제군사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유럽의 나토회원국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은 한국의 군원협조와 한국의 군사장비 구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과 폴란드 등에서 한국형 흑표 K-2전차, K-9자주포, 장갑차와 심지어 경공격기에 대한 구입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국방산이 중부유럽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나토정상회의에서는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구체적 향후 지원 대응책과 역할분담 등이 논의될 것이다. 러시아를 물리치기 위한 공동전략을 마련할 것이며, 러시아의 석유나 천연가스 그리고 목채 및 농산물 등 수입품 규제에 대한 국제공조를 논의하여 대러규제가 수반한 부작용을 해소할 문제점을 논의하고 범세계적 결속력을 과시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인도의 참가가 배제된 이유도 인도의 소련과의 친밀감 때문이었다.

어쨌든 미국과 서유럽의 자유진영 대 러시아, 중국, 북한 대결의 구도가 전개된 신냉전시대는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도래한 것이 국제정세의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의 틀을 유지하는 한, 한국이 과거처럼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즐기는 양다리 전략으로, 자유롭게 제3지대에서 독자적 행보의 여지가 없어진 것을 의미한다.

전쟁의 폐허속에서 가난을 떨쳐버리고 이제는 그들과 대등한 자리에 서게 된 대한민국!!! 그 뿌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했던 18년간 자립경제와 자주국방을 위해 몸을 던져 헌신했던 지난날의 눈물어린 역사적 과정이 있었기에 윤 대통령이 나토 초청장을 받을 수 있는 열매를 거두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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