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스페셜리스트들이 포스트에 모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 후폭풍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 우려 등으로 폭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2.79%와 3.88%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4.68% 급락했다. /로이터=연합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스페셜리스트들이 포스트에 모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 후폭풍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 우려 등으로 폭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2.79%와 3.88%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4.68% 급락했다. /로이터=연합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민은 치솟는 대출금리에 원리금 상환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지난 13일(현지시간)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준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93.0%로 나타나 지난 10일의 23.2%에 비해 4배 급등했다. 반면 최근까지 ‘정설’로 간주되던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76.8%에서 7.0%로 쪼그라들었다. 페드워치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지수로 추산한다. 미 연준이 시장의 전망대로 자이언트스텝을 밟게 되면 이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0.75%포인트 인상 이후 27년 7개월 만의 일이 된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을 점치게 하는 지표는 또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실시한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 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6.6%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것으로 2013년 6월 관련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였던 3월 수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미국 노동부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월보다 0.8%, 전년 동월보다 10.8%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나중에 상당 부분 소비자물가지수로 전이된다는 점에서 이날 발표는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를 기록한데 이어 이번 달에는 6%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 확산되면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문제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는 물론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에 따른 금리 역전 가능성을 감안하면 빅스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 연준처럼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과 싸우기에는 경제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올들어 지난 1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1859조원에

달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3%로 세계 36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릴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환액이 커져 연체가 늘어나는 등 금융시스템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4월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80.8%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올라갈 경우 새롭게 늘어나는 대출자 1인당 이자부담은 연 평균 64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주요 대출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1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연 7%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안에 8%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서울에서 국민 주택형인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대출로 산 사람의 경우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300만원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상태다. 이는 가구 월평균 소득의 70%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환 부담이 더욱 늘어나면서 원리금 폭탄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서 빚내서 투자한 빚투족과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빌린 취약계층은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정상적인 가계(家計)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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