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2일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앞으로의 시정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연합

중앙정치에서 손을 떼고 지방정부 수장으로 하방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최근 정치 현안과 관련된 발언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 내부 갈등 등을 꼬집는가 하면 공수처 등 정치권 현안에 대해 잇따라 언급해 대선주자로서의 체급 키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 당선인은 대구시장에 나오면서 그동안 "정치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수차례 한 바 있다.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3월10일 페이스북에 "중앙정치는 윤석열 당선인에게 맡기고 저는 하방하겠다"며 중앙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홍 당선인은 정치권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조언과 비판을 번갈아 하는 등 특유의 화법으로 중앙정치를 흔들고 나섰다.

홍 당선인은 15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검찰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전 장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하여 자당의 박상혁 의원을 수사 선상에 올려 ‘보복수사’라고 반발하고 나선것을 겨냥해 "지은 죄가 많기는 많은 모양"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홍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5년 내내 무자비한 보복 수사를 자행해 놓고 이제 와서 시작도 안 한 사건을 보복수사 한다고 난리를 친다"고 꼬집으면서 "그동안 보복수사로 감옥에 갔거나 갔다 온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는 하느냐"고 쏘아 붙였다. 이어 "하기사 방탄복 주워 입기 위해 다급하게 국회 들어간 사람도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마는"이라고 비꼬면서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직격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서도 "이참에 수사하다가 중단한 불법으로 원전 중단 지시한 최종 책임자와 울산시장 불법선거에 관여한 최종 책임자도 수사를 하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에서 원전 중단을 지시한 고위층을 밝혀내는 것은 물론 문 정권에서 대표적인 부실 수사로 거론되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의혹’에 대한 전면수사를 요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홍 당선인은 최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물론 공수처 등 정치권 현안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정부의 기초를 닦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이 당권 투쟁에 몰두하고 있다"며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당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이준석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어지간하면 중앙정치에 한마디도 안하고 대구시장직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는데, 요즘 하는 행동들을 보면 당이 어려워지겠다 싶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홍 당선인은 숱한 논란과 정쟁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명무실한 공수처는 이제 폐지할 때가 되지 않았나. 문(재인) 정권 때 검찰 수사권 제한의 일환으로 무리하게 만든 세계 유례없는 옥상옥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의 정치권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78.8%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구시장으로 당선된 그(홍준표 당선인)가 ‘대망론’을 접었다고 보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라며 "지방선거 당선으로 차기 대권 도전의 불씨를 살린 그가 정치 관련 발언으로 존재감을 계속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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