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중단 선언에 담긴 심경

"물리적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
언제부터인가 우리 팀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BTS가 팀활동 잠정 중단, ‘제2막’을 위한 모색의 시간을 가진다고 밝혔다. 각자의 솔로 앨범이 준비 중이다. /빅힌트뮤직
 

방탄소년단(BTS)의 ‘팀활동 잠정중단’ 선언으로 전 세계 팬클럽 아미(Amy)가 충격에 빠졌고 주가도 출렁였다. 그러나 "잠깐 멈추는 것이다", "해이해지고 쉬면서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14일 오후 늦게 올라 온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7인의 멤버가 토로한 마음의 공감대다. 이 영상은 멤버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깊은 속내를 터놓는 콘셉트로 촬영됐다. 각자 다양한 종류의 술과 음식을 즐기며 9년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멤버들은 팀활동 잠정 중단의 최대 배경으로 미처 돌아보지 못한 ‘개인의 성장’을 꼽았다."‘다이너마이트’(Dynamite)까진 우리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 ‘버터’(Butter)랑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부터는 스스로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되게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 팀 리더 격인 RM의 말이다. 개인 소감을 넘어 멤버 모두가 당면한 곤경이며, 최정상의 스타라면 조만간 겪을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고민이다.

대부분의 경우, 10대 후반~20대의 9년간 집중적 고등교육과 사회초년생으로서의 배움을 경험한다. 특히 비약적인 ‘지성의 성장’이 이뤄지는 시간대다. 연습생 및 무명 시절을 거쳐 세계 정상으로 도약한 BTS도 재충전이 필요한 때라고 볼 수 있다.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생각을 많이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 그것들이 숙성돼서 내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10년간 이렇게 활동하며 물리적인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

RM의 고충은 그 한사람의 것일 수 없다. "우리가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에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지 기능해야 할 것 같은데 스스로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팀이 뭔지 모르겠다. 나와 우리 팀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몰랐다"고 덧붙였다. "생각한 후에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례해질 것 같았다. 팬들이 우리를 키웠는데 그들에게 보답하지 않는 게 돼 버리는 것 같았다." BTS 멤버 전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팀을 향한 강렬한 애착이 강조돼기도 했다. "BTS를 오래하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나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 "옛날처럼 멋있게 춤을 추진 못하더라도 BTS로 RM으로 남아있고 싶다." 슈가의 말에서도 같은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가사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BTS는 앞으로 솔로 음악 활동을 정식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연기의 꿈을 밝힌 멤버도 있다. "원래 배우가 하고 싶었다"는 진은 "아이돌을 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니 그쪽(배우)에 미련이 없어졌다. 그런데 인생은 모르는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앞서 10일 BTS 챕터1을 정리하는 앨범 ‘프루프’(Proof)가 발표돼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9년 역사를 압축한 선집이었다. 당시 관련 언급이 없었으나, 결국 ‘팀활동 잠정중단’의 의미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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