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내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현실로 나타나면 투자자금 유출,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
한두 달 내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현실로 나타나면 투자자금 유출,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

지난 1981년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의 기준금리는 0.75∼1.00%에서 1.50∼1.75%로 올랐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7월에도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3월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제로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22년 만의 최대폭인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며 6∼7월에도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 연준은 기록적인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며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흔들리자 파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다음달에도 같은 수준의 인상까지 예고하는 등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미 연준은 9조 달러에 육박하는 양적긴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역시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다음달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만 단행해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5%를 넘은 상황에서 한두 달 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 투자자금 유출, 원화가치 하락 등이 거세지면서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오히려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창용 총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자 연내 3차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가 더 올라 연말 2.50%에 이르는 시나리오가 부상했다.

하지만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서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남은 4차례(7·8·10·11월)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일 0.25%포인트씩 연속 인상이 이뤄지면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75%가 된다.

문제는 이렇게 하더라도 미국의 연말 예상 기준금리인 3.4%보다 크게 낮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도 결국 한 차례 정도는 빅스텝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16일 빅스텝 단행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까지 3∼4주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 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기준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 같은 상황에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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