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및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국민이 실종됐고 북한군으로부터 총격 사살을 당한 안보상의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해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시간 사이에는 상당히 큰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 36분 경 서면으로 첫 보고를 받았다. 이 시점에서는 해당 공무원의 실종 사실만 보고됐다. 군 당국과 해경에 따르면 해당 공무원에 대한 총격이 실시된 시간은 22일 밤 9시 40분 경이었다. 따라서 실종에 대한 최초 보고가 이뤄진 시간으로부터 약 3시간 동안은 북측과 연락을 취해 해당 공무원의 생명을 구할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더구나 사건이 벌어진 지점은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불과 3km 떨어진 지점으로, 우리 군 고속정으로 2분이면 도달하는 거리였다. 충분히 출동과 구조가 가능한 거리였다.

그리고 북한군으로부터의 총격 사살이 확인된 내용이 포함된 대면보고를 받은 시점은 다음날인 23일 오전 8시 경이었다. 이어 24일 오후 5시 경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결과 등을 보고받고 오후 5시 15분 경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군은 경계 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는 브리핑을 발표했다.

브리핑을 내놓은 시점은 실종 관련 서면 보고를 받은 시점부터 47시간이 경과된 뒤였고, 피격 관련 대면 보고를 받은 시점으로부터는 33시간이 경과한 뒤였다. 이 시간동안 문 전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문 전 대통령의 행적 중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2일 밤 9시 40분 경 해당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총격을 받고 밤 10시 30분 경에는 시신이 불태워진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되면서 23일 새벽 1시 경 청와대에서는 안보실장이 주관한 긴급 안보회의가 열렸으나 문 전 대통령은 이 회의에 불참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시간에 관저에서 취침중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사건이라면 대통령이 취침중이라고 하더라도 보고를 받는 것이 정상이다.

취침중이었다고 하더라도 의문점은 남는다. 긴급 안보회의가 열린 시간인 23일 새벽 1시로부터 불과 30분 뒤인 새벽 1시30분,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문, 의상 등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1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새벽 1시에는 취침중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연설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종전선언’을 위해 이 사건을 고의로 묵살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부분이다.

문 전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이 사건을 묵살한 정황은 또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일 오후 6시 36분 이뤄진 최초 서면보고 당시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제가 직접 지시받은 바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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