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새벽 미국의 연방기준금리가 0.75% 인상됐다.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이다. 파월 연준의장은 향후에도 0.50% 또는 0.75% 추가 인상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큰 폭의 연방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되었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파만파 파장이 예상되는 사태다.

16일 오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재정·통화·금융 당국 수장들이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추 장관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이 중첩되면서 현 경제상황은 복합적 위기이며 상당 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회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와 복합위기를 언급하면서, "위기일수록 민간 주도, 시장 주도로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낡은 제도와 그림자 규제를 모조리 걷어내고 민간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특히 청년 일자리 기회를 가로막는 노동시장,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제도, 미래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연금제도는 당장이라도 두 팔 걷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발등에 떨어진 큰불(급성질환)에 대한 긴급 대책을, 윤 대통령은 한국경제의 고질병(만성질환)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발표한 셈이다. 당연히 둘 다 긴요하다. 그런데 민간·시장 주도 경제체질 개혁과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은 법·제도 개혁 없인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야당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 발등의 불을 슬기롭게 끄지 않으면 구조 개혁의 동력이 생겨날 수가 없다.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재정 지출은 상대적으로 적게 늘린 편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추 장관의 긴급 대책과 윤 대통령의 중장기 대책에는 이 엄청나고 치명적인 폭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 붕괴가 지금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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