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미카
와타나베 미카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 영화 <브로커>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관람했다고 해서 더 화제가 됐다.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놓고 갔던 미혼모와 아기를 몰래 팔려는 세탁소 주인, 베이비 박스 직원 등이 함께 양부모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여기에 그들 뒤를 쫓는 형사 두 명까지 얽히고설킨다.

이 영화는 칸영화제 등에서 숱한 수상 경력이 있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신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1987년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연출가로 시작했다. <환상의 빛>(1995)으로 영화감독 데뷔, 베니스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했다. <아무도 모른다>(2004)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체된 가정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려내 큰 화제가 됐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는 아기가 뒤바뀐 두 가정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영화 <브로커>가 칸영화제에서 큰 성과를 낸 것은, K-컬처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는 점에서도 반갑고 기쁘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시나리오를 감독이 썼다고 하지만, 한일간 문화 차이 때문에 감독이 의도한 바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고, 한국인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심전심(以心傳心)’ 눈빛으로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이 무언의 약속이다. 직장에서도 ‘空氣を讀む(공기를 읽는다)’, 즉 분위기 파악이 중요시되며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을 가장 곤란한 사람으로 여긴다. 한국에서는 좀 더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편이기 때문에, 일본적인 표현 방식은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알아야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10년 전, 고레에다 감독이 처음 이 작품을 기획했을 당시였다면 한국 관객들에게 더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인 변화가 천천히 진행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시계는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다. 가출청소년 , 아동학대 등 가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고레에다 감독 영화는 늘 신선한 감동과 함께 따뜻한 인류애를 느끼게 했다.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도 현실감 있게 다가와 사람들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시대와 사회를 정확히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시대와 사회의 거울이자 살아 숨쉬는 생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커>가 ‘버림과 구원’ ‘죄와 용서’ ‘잔인한 현실과 그것을 이겨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애환’이라는 공통되고 보편적인 주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번을 계기로 더 많은 한일 합작영화가 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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