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찬
이범찬

민주화 이후 국정원이 정치개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이유는 99% 원장의 잘못된 조직 지휘와 발언 때문이다. 원세훈 원장 시절의 댓글 사건이 그렇고 지금 박지원 전 원장의 잘못된 정치적 발언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국정원 조직이 숙명처럼 안고 살아온 ‘원장 리스크’가 또 도지고 있다.

늑대가 울부짖는 것은 무리의 존재 위치를 알리거나 사랑과 상실감이 연계되어 있다고 한다. 동물이 이럴진대 정보수장을 지낸 한 인간의 발언은 다중의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다. 박지원 전 원장은 왜 지금 이러는가? 늑대처럼 사랑과 상실감에서,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그리고 그 누구에게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것일 게다.

첫 번째, 대통령과 집권세력한테 "나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는다. 자폭할 거야 건드리지 마라"는 시그널을 보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박지원은 "문모닝(아침마다 문재인 비판) 했더니 문 대통령이 내 입 봉하려고 국정원장에 임명하더라"고 했다. 이를 볼 때 서서히 압박해 오는 대선 개입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X 파일 존재를 거론하며 외곽을 때리면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박지원은 조성은과 함께 고발사주 의혹의 중심에 섰다. 윤 대통령 당선을 훼방하려는 것으로 의심을 샀다. 윤석열 당시 총장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에 개입한 것처럼 언급하면서, 자신이 그걸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공수처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리고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대선과정에서 윤 대통령 가족 의혹에 대한 디테일한 공격자료도 정보기관 쪽에서 흘린 것 아닌가 의심을 샀다.

두 번째, 사랑과 상실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 조성은이 "우리 원장님"이라고 불러 많은 국민들이 연인 관계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했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의 편린을 소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일국의 모든 정보를 관장하던 수장으로 군림하다가 하루 아침에 강제 면직당함으로써 오는 상실감의 발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라는 존재감을 과시하려 애쓰며, 정치적 방패를 마련하기 위해 정치복귀를 겨냥하고 있다.

세 번째, 국정원 내부에 있는 특정지역 직원들의 배신을 막고, 오피니언에게 공포심을 조성해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것 같다. 박지원은 국정원장 이전에도 정보 소스를 가장 많이 가진 정치인으로 통했다. 국정원장이 되고나서 특정지역 중심으로 편중인사를 해 많은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자신이 봐준 사람들에게, 문 정부의 비정상적 국정원 운영 과정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배신하지 말고 끝까지 충성을 다하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 오피니언들에게는 "정치인, 기업인 그리고 언론인 등에 대한 존안 파일의 실재를 확인했다. (내가 다 봤다)"라며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 특히 언론인들의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견제하려고 한다.

세 번째,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대북 메시지일 수도 있다. 박지원은 "각계 인사의 60년치 정보가 담긴 X파일을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X파일이) 있다. 공개되면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을 정쟁의 한가운데 서게 함으로써 조직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또 직원들의 명예와 사기에 심대한 타격을 주어 안보에 허점을 초래하려 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늘 주장하는 국가보안법 폐기와 국정원 기능의 무력화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박지원의 이런 망언과 행태는 국가비밀정보기관과 국가안보를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실정법 정면위반이다. 국가 기능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라도, 박지원의 실정법 위반에 대한 관용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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