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경제·산업정책 청사진] 기업 규제 개혁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앞으로 대기업집단 제도 등 기업의 자율성과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해왔던 시대착오적 규제들이 수술대에 오른다. 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 입법과 중소기업계의 오랜 염원인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도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민간 중심의 역동적인 경제, 즉 ‘Y노믹스’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필요충분조건으로 규제 혁파를 꼽았다. 또한 현재의 경제·산업 상황을 복합위기로 진단하고 기업 경영환경을 혁신해 저성장을 극복할 승부수로서 과감한 규제 개혁에 사활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규제 신설시 기존 규제 폐지=먼저 정부는 경제분야의 핵심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추경호 부총리가 팀장을 맡고 관계 장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규제들을 현장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지속 발굴·해소할 계획이다.

특히 규제의 신설은 최소화하고 기존 규제는 대폭 덜어내기 위한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 룰을 신규 도입한다. 이는 규제 1개를 신설·강화 시마다 해당 규제 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제도다. 2010년대 초반 영국이 시행해 10조원 이상의 규제 비용 감축 성과를 낸 바 있다. 정부는 신설·강화되는 규제의 영향을 분석할 때 폐지·완화 규제를 함께 검토토록 해 원인 투아웃 룰의 효과를 높일 방침이다.

또 신설·강화되는 경제·일자리 규제는 재검토 기한 설정을 의무화해 규제일몰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부처별 200% 안팎의 규제감축목표율을 정해 자발적 감축도 유도키로 했다.

◇그림자 규제 퇴출=정부는 장기간 관행적으로 운영됐던 규제와 제도를 시대에 맞게 재정비하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법이 아님에도 실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이른바 ‘그림자 행정규제’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날 경제정책방향의 모두발언에서 그림자 규제를 민간의 혁신과 신사업을 가로막는 원흉으로 지목하고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그림자 규제를 모조리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혁신기업의 사업확장을 저해하는 대기업집단 제도와 2007년의 낡은 기준을 유지 중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도 수술의 대상이다. 예컨대 정부는 대기업집단의 규제 대상이 되는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를 축소할 계획이다. 혈족의 범위를 현행 6촌에서 4촌으로, 인척 범위는 4촌에서 3촌으로 각각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장지배적(독과점) 사업자의 연매출액·구매액 기준도 국내총생산(GDP) 규모 증가 등을 고려해 지금의 ‘40억원 이상’보다 높인다는 복안이다.

◇중대재해법 불확실성 해소=경제 법령과 관련해 형벌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켜 경영리스크를 키우지 않도록 행정제재의 전환과 형량 합리화 등도 이뤄진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경영자를 직접 형사처벌하는 대신 법인에 시정조치·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재계의 우려에도 문재인 정부가 강행해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규정도 개선된다. 우선 시행령을 개정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처벌 규정 등 법리적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어 경영책임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문제도 향후 논의될 것으로 예견된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을 목표로 중소기업계의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 방안도 마련된다. 이는 원청과 하청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로 최근 국제 원자잿값이 급등하며 산업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납품단가 연동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시범 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110대 국정과제 때의 ‘도입 검토’ 입장에서 한발 나아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동을 강제할지 인센티브를 줄지 등 세부적 방식은 연구용역과 시범운영 결과 이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재계는 환영 일색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이라며 "경제계도 정부의 지원에 부응해 투자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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