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위원장 12명 첫 공동답사…"철저한 조사·연구로 보존해야"
문화재위원장 "문화유산·자연유산 합쳐진 국가유산 상징 사례"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 분과위원장들이 17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 분과위원장들이 17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재운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장은 17일 다른 문화재위원들과 청와대를 둘러보고는 "장기적으로 청와대가 경복궁 후원이자 대통령 집무 공간이었다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립 궁능분과 위원장도 "개방 밀도를 잘 조절해야 할 듯하다"며 "청와대의 지속 가능한 보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전영우 문화재위원장과 김영운 무형문화재위원장을 포함해 각 분과위원장 12명은 처음으로 함께 청와대를 답사했다. 영빈관을 시작으로 녹지원, 침류각, 오운정, '미남불'로 불리는 신라 불상, 본관을 관람했다.

천연기념물분과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전 위원장은 "청와대는 고려시대부터 1천 년간 우리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이자 나무 180여 종, 5만 그루가 자라는 자연유산"이라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결합한 국가유산의 상징과 같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라는 용어가 경제적 재화 성격이 강하고 자연유산이나 무형유산을 아우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국가유산'을 정점으로 하위에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을 두는 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녹지원 앞에서 커다란 소나무를 가리킨 뒤 "1910년대 청와대에 있던 융무당 사진과 다양한 행사의 기념사진에도 나온다"며 "역사의 현장을 지킨 살아 있는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는 역대 대통령 12분 중 10분이 기념식수를 한 나무 20여 그루도 있다"며 의미 있는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미술사학자인 박정혜 동산분과 위원장은 "신라 불상은 사진보다 실물이 단아하고 좋다"며 "미남불이라고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보물 지정 명칭이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인 신라 불상은 1913년 경북 경주에서 서울로 강제로 옮겨져 100년 넘게 타향살이를 했다. 경주 문화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불상을 경주로 돌려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정혜 위원장은 "미남불의 경주 이전 문제는 조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경주에 적절한 보존환경을 마련한 다음 각계 의견을 모아서 귀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 분야가 다양한 문화재위원들은 청와대 활용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박경립 위원장은 "요새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다양한 활용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시설을 모두 청와대에 담을 수 없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청와대를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에 있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터가 지닌 가치와 경관적 가치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청와대는 비어 있기 때문에 효용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운 위원장은 "청와대가 공개되기 전에 문화재위원들이 먼저 답사하고 어떻게 일반에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윤인석 근대분과 위원장은 청와대 전체를 전북 군산이나 전남 목포 구도심처럼 면(面) 단위의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해 보존하자고 제안했다.

국립국악원장이기도 한 김영운 위원장은 "청와대는 근현대 역사에서 중심 역할을 한 곳"이라며 "청와대에서 조상의 숨결이 담긴 품격 있는 전통 공연이 펼쳐지면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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