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김태수

취임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외교 등 모든 면에서 총제척 난국이다. 특히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미국 야후뉴스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리서치업체 유고브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밝혔다.

야후뉴스는 지난 10~13일 미국 성인 1541명을 상대로 ‘오늘 또 다른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면 누구를 택하겠는가’를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4%는 트럼프를 택했다. 바이든을 택한 응답자는 42%였다. 지지도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2% 포인트 차이로 앞선 셈이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 50% 넘는 지지율로 탄탄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카불공항이 함락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치욕적인 철수를 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해 현 상태에 이르고 있다.

취임 510일째인 14일 기준 바이든의 지지율은 40.1%로 지난해 1월 취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3.6%였다. 취임 510일째 기준으로 바이든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이는 1970년대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특히 재임 내내 역대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율에 시달렸던 트럼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510일째 트럼프의 지지율은 41.8%였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몇 달 안 남은 상태에서, 이미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큰 격차로 탈환하리라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인기도 이에 맞춰 높아가고 있다.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들이 5월, 6월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100대 3의 비율로 대거 당선됐다. 펜실베니아 상원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트럼프가 지지한 메멧 오즈가 승리했고, 조지아 주에서도 트럼프가 지지한 허셸 워커 전 풋볼선수가 승리했다.

바이든에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외교 총체적인 위기에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무장관 자넷 옐렌도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치솟을지 몰랐고 이것을 예상 못한 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말할 뿐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교 면에서도 지난해 치욕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후 블링큰 외무장관, 오스틴 국무장관, 설리반 안보보좌관 등 단 한 명도 책임지지 않은 채 계속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해서도 무기 제공 외에 새로운 외교 안보 틀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1970년대말 카터 대통령 때의 총체적 위기를 연상케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초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때까지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변수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완전히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2년간 팬데믹 경제 봉쇄상태에서 세계 각 정부들이 무차별로 화폐를 찍어낸 결과라는데 전문가들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7-2008년 경제위기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7천억 달러의 지폐를 찍어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시작되고 2021년 여름까지는 약 13조 달러에 달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으로 달러를 찍어냈다. 2008년 위기 때 찍어낸 것보다 거의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그 규모와 영향 등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과거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때 휴지처럼 돼버렸던 독일 마르크화를 연상케 한다.

경제와 기술의 귀재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도 이번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사태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화폐를 찍어낸 것에 기인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코너에 몰린 바이든은 오는 7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문제로 거리를 둬왔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정유사에 직접 서한을 보내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미 민주당 내서도 바이든 교체론이 솔솔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추락하는 바이든은 날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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