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고소·고발 자제...민관합동조사위 구성을
문재인의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파고 들어야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가족과 법률대리인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가족과 법률대리인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실종 및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법 처리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이씨가 실종됐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 숨질 때까지 3시간 가량 시간이 있었는데도 우리 군에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고 방치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또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이틀도 지나기 전에 문 전 대통령은 제75차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이씨의 죽음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이 사과 통지문을 보내는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의식해 고의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묵살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씨의 유족들이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을 고소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도 ‘고의 묵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해경의 입장 번복 발표가 있었던 지난 16일 "문 전 대통령과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을 살인 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 당시 해경청 수사정보국장도 직무유기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대략 두가지로 검토된다. 첫번째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다.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는 19일 "문 전 대통령이 월북으로 꿰맞추라고 지시한 것이 밝혀지면 직권남용이고 월북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면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혐의를 입증하려면 쉽지 않다. 감사원 감사결과도 나와야 하고, 당시의 핵심기록이 담긴 대통령 기록물도 공개돼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국회 차원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협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물론 대통령기록관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 열람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 상황까지 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법률적 입증도 쉽지 않다.

두번째는 이대준씨와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를 문 전 대통령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 혐의는 비교적 쉽게 입증이 가능하다. 한 법률전문가는 이날 "문 대통령이 명예훼손 혐의를 벗어나려면 본인이 직접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서 자진월북임을 밝히거나 공익과 관련해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고 이대준씨의 실명을 밝혀서 월북이라고 공개한 것은 공익과 아무 상관 없는 행위였다. 또 설사 자진월북이 사실이었다 할지라도 이를 공표하는 것은 유가족과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이미 자진월북의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상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한다면 문 전 대통령은 기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법률전문가들은 문 전 대통령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다 벌금형 정도의 가벼운 처벌로 끝난다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죄에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섣부른 고소고발을 자제하고 세월호 조사위처럼 민관 협력으로 진상조사위를 만들어서 정보공개청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특검도 설치하고 공수처에 고발도 하면서 진실을 파헤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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