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고소·고발 자제...민관합동조사위 구성을
문재인의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파고 들어야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실종 및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법 처리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이씨가 실종됐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 숨질 때까지 3시간 가량 시간이 있었는데도 우리 군에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고 방치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또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이틀도 지나기 전에 문 전 대통령은 제75차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이씨의 죽음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이 사과 통지문을 보내는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의식해 고의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묵살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씨의 유족들이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을 고소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도 ‘고의 묵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해경의 입장 번복 발표가 있었던 지난 16일 "문 전 대통령과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을 살인 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 당시 해경청 수사정보국장도 직무유기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대략 두가지로 검토된다. 첫번째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다.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는 19일 "문 전 대통령이 월북으로 꿰맞추라고 지시한 것이 밝혀지면 직권남용이고 월북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면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혐의를 입증하려면 쉽지 않다. 감사원 감사결과도 나와야 하고, 당시의 핵심기록이 담긴 대통령 기록물도 공개돼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국회 차원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협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물론 대통령기록관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 열람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 상황까지 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법률적 입증도 쉽지 않다.
두번째는 이대준씨와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를 문 전 대통령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 혐의는 비교적 쉽게 입증이 가능하다. 한 법률전문가는 이날 "문 대통령이 명예훼손 혐의를 벗어나려면 본인이 직접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서 자진월북임을 밝히거나 공익과 관련해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고 이대준씨의 실명을 밝혀서 월북이라고 공개한 것은 공익과 아무 상관 없는 행위였다. 또 설사 자진월북이 사실이었다 할지라도 이를 공표하는 것은 유가족과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이미 자진월북의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상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한다면 문 전 대통령은 기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법률전문가들은 문 전 대통령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다 벌금형 정도의 가벼운 처벌로 끝난다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죄에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섣부른 고소고발을 자제하고 세월호 조사위처럼 민관 협력으로 진상조사위를 만들어서 정보공개청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특검도 설치하고 공수처에 고발도 하면서 진실을 파헤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