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지난 대선·지선 책임 면피를 위해 체면도 버린 채 당권 장악에 나서는 친명(친이재명)계의 내부 총질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파 간 권력투쟁이 뚜렷해지면서 친문(친문재인)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친명계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친명계 인사들은 친문계 인사들의 대선·지선 책임 무용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친명계는 친문계의 ‘이재명 책임론’을 ‘이재명 죽이기’로 규정하며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특히 민주당의 개혁을 위해선 이 의원이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와 관련해 "현재 당을 개혁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이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며 "지방선거 패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누구 하나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친문계는 선거 패인 분석과 책임론이 당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이 의원의 당권 장악 시도는 책임도 체면도 없는 짓이라고 각을 세웠다. 최근 미국 유학을 떠난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은 지난 3·9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0.73%p, 24만7000여 표 차로 석패하면서 민주당의 위안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강성 지지층의 자평으로 위안을 삼았다.

또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지난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하면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으로 나서고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에 출마한 게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의원은 (인천 계양을 출마를) 당시 모든 사람이 원했기 때문에 출마했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 반대했다"고 폭로했다.

대선·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친문계는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한껏 몸을 낮춰왔다. 하지만 당이 연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친문계는 개혁을 피력하며 당 주도권 잡기에 적극 나섰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책임론 공방이 불거지면서 향후 민주당의 운명이 위태롭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친문계는 친명계의 ‘대안부재론’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친명계가 내세우는 대안부재론은 민주당에서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 이 의원이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친문계는 이 의원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경기 성남(분당갑) 대신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사표를 던지며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진보의 텃밭이라 여겨져 온 인천 계양을에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의 추격을 허용하며 지역에 발이 묶여 지선에서의 패배를 야기한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책임을 면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 밖에서도 이 의원의 책임론은 거듭 제기되고 있다. 지난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던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이 의원을 겨냥해 "대선후보로 뛰었던 사람, 그 선거를 관리했던 당대표가 둘 다 책임을 안 진다"며 "그러면 책임은 누가 지나.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얘기랑 똑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의원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있나"고 반문하며 "26세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패배를 책임지고 나간들 야당이 책임 정치를 한다고 국민들이 인식할까.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책임을 안 지면 그 조직은 무너진다"고 일갈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의원을 둘러싼 ‘대장동 비리’ 관련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두고도 당권 도전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검찰이 이 의원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한다면 그 부담은 당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민주당의 개혁에 또 다른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쇄신의 대상으로 당권 포기가 해답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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