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조기전환도 밀어부치나
전작권 조기전환도 밀어부치나
  • 김태우, 박휘락, 송대성, 신원식
  • 승인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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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박휘락 국민대 교수,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안보문제에 관한 한, 2018년은 위태위태했던 한 해였다. 2018년 동안 한국 국민은 북한의 평화공세와 대화국면 전개라는 대반전을 목도했지만, 정작 한국의 안보는 정부발 충격파를 맞고 비틀거려야 했다. 국정원과 기무사의 대공(對共)기능 축소, 축소지향적 ‘국방개혁 2.0,’ 연합훈련 중단, 때 이른 종전선언 및 평화선언 추진 등이 이어졌고, 자해성(自害性)이 짙은 9·19 남북 군사분야합의가 대미를 장식했다. 역사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건국이 삭제되었고 군에서는 ‘주적’ 개념이 폐기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제일주의’와 한국 정부의 탈미통북(脫美通北) 동맹기조가 맞물리면서 동맹도 근본부터 흔들렸다. 여기에 전작전이 분리된다면 동맹에게는 ‘사망선고’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조기전환’ 재점화

현 한미연합사(CFC) 체제 하에서는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주도하면서 한미군의 작전을 통제한다. 더 정확하게 말해, 연합사 사령관이 미군 4성 장군이고 부사령관이 한국군 4성 장군이므로 ‘미군 주도 하 공동행사 체제’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을 분리·전환하는 문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작권 분리는 노무현 정부때 2012년부로 시행하기로 한미가 합의했었지만, 치열한 찬반 논쟁 끝에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무기 연기했었다.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조기전환’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2018년 5월 송영무 국방장관은 ‘2023년 전작권 전환’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2018년 10월 31일 제50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현 연합사를 한국군 4성 장성이 사령관을 그리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한다는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이후 정 장관은 주요 지휘관회의시마다 ‘전작권 전환 철저준비’를 주문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문제가 다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안보 문제를 감성에 호소하나

노무현 정부동안 개진되었던 조기전환론의 특징은 안보현실보다는 감성에 호소했다는 점이다. “스스로 전작권을 행사해야 국가 자존심이 살고 군사주권을 인정받아 독자적인 대북 및 대중(對中) 군사외교가 가능하다.” “전작권 독자 행사는 조국강토를 지켜내겠다는 결기이다” “전작권을 분리해야 한국군이 의타심을 버린다” 등의 주장들이 힘을 발휘했다. 노 대통령 본인도 그해 12월 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미국 바짓가랭이에 매달려서 형님 빽만 믿겠다... 이게 자주국 국민의 안보의식일 수 있나,” “열 배도 넘는 국방비를 쓰면서...떡 사먹었느냐” “미국이 군대를 뺀다고 하면 까무러치는 판인데”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젊은이들이 열광했고, 인터넷 공간은 전작권 ‘탈환’ 주장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사실 선동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작전통제(OPCON: Operational Control)란 부여된 임무에 한하여 부대를 통제하는 권한으로 6.25 전쟁시에도 참전 16개국의 군대는 유엔군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았다. 전작권 체제는 양국 정상이 전시(戰時)상태를 확인하고 ‘연합상황’을 선포해야만 작동되는 것이며 그 때에도 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의 대통령-국방장관-합참의장의 지시를 받게 되어 있으며, 연합사에는 한미군 참모가 50:50로 배치되어 있다. 이를 두고 ‘군사주권 침해’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미군이 연합사령관직을 담당하게 한 것은 미국이 전쟁 억제와 승리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경우에도 미군 대장이 유럽최고동맹사령관(SACEUR: Supreme Allied Commander Europe)이 되어 나토군에 대해 작전통제보다 더욱 강한 작전지휘(operational command)를 하게 되어 있지만, 이를 주권침해로 불평하는 유럽국가는 없다.

또 하나 흥미로운 현상은 문재인 정부 이후 전작권 전환 문제가 재부상하면서 조기전환론을 지지하는 추가 논리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2017년 9월 7일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동주최한 전작권 관련 토론회에서 J 교수는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북핵에 대한 독자적 선제타격이 가능해지고 선제타격(kill-chain), 방어(KAMD), 응징보복(KMPR) 등 ‘3축’으로 통한 대북억제가 더욱 힘을 받는다,” “전작권이 전환되어야 북한 도발을 능동적․자율적으로 응징·보복할 수 있어 북한은 전작권을 가진 한국군을 더 두려워한다,”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한반도 유사시 중국에게 군사개입 명분을 주지 않는다” 등의 주장들을 개진했다.

안보논리로 판단해야 하는 ‘전작권 전환’

연평도 포격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그럼에도, 조기전환 반대론이 가지는 ‘이성적 설득력’은 조기전환론의 ‘감성적 설득력’을 압도한다. 현 전작권 체제와 분리된 체제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 전쟁을 억제하는데 유리한가, 전쟁 발발시 미군의 참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가 등 국가생존과 직결된 문제들을 최우선적으로 짚어야 한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은 한미군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싸우는 현 체제를 더 두려워하고, 미국이 책임을 공유하는 현 체제 하에서 전쟁 발발시 미군이 증원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미군의 우수한 전투력과 정보력을 공유하면서 싸우는 현 체제 하에서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더 높다.

반면, 전작권이 분리되고 연합사가 없는 상태라면 미국의 참전 의지는 약화되고, 「작계 5027」를 포함한 연합작계들은 백지화되기 쉬우며, 이원화된 지휘체제 하에서 일체화된 작전(synchronized operation)도 어려워진다. 한국은 더 많은 국방예산을 써야 하고 한국경제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찍부터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동맹국들을 힐난해왔었고, 걸핏하면 “왜 미국이 남의 나라를 위해 돈을 쓰고 피를 흘려야 하느냐”고 따진다. 이런 터에 전작권 분리까지 이루어진다면 한국안보는 망망대해에서 홀로 표류하는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연평도 포격 7주기인 23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전사자 추모식이 거행돼, 해병대 관계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7주기인 23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전사자 추모식이 거행돼, 해병대 관계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따로 가져야 북 도발에 강력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백령도 포격도발시 한국군이 응징하지 못한 것은 남북관계와 확전 위험성을 고려하여 군통수권자가 대응을 결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연합상황 선포 이전까지는 한국이 한국군의 작전권을 행사한다. 전작권 분리가 중국의 군사개입을 막는다는 주장도 비현실적이다. 중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더욱 강력한 의지로 중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것뿐이다.

미래연합군사령부에 대해서도 이성적 설명이 필요하다. 전작권이 분리되어도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면 왜 굳이 연합사를 허물고 미래사를 만들려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자동개입’ 조항이 없는 동맹조약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유사시 ‘한몸’으로 싸우는 연합사를 ‘2인3각 체제’로 바꾸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인 부대에 미국이 파병할 것인지도 따져 봐야 한다. 최강국인 미국은 타국군 지휘관 밑으로 자국군을 파견하여 전쟁을 수행한 적이 없다. 설사 미국이 이 전통을 깨고 미래사 체제 하에서 파병한다고 하더라도 한국군 사령관은 미군의 능력, 가용 부대, 운용에 관한 원칙 등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기가 쉽고, 그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미군은 순명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군은 독자적으로 작전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더라도 전작권이 분리된 상황이므로 한국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즉, 연합사의 해체는 확대억제(extended deterrence)와 핵우산(nuclear umbrella)의 이행에 관한 미국의 의지만 약화시킬뿐 얻는 것이 없다.

‘이념적 결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전작권은 언젠가 분리될 수밖에 없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분리를 통고할 수도 있다. 때문에 한국군은 현 체제 하에서 독자적 전쟁 기획 및 수행 능력을 부단히 배양함으로써 현 전작권 체제와 증원전력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더 이상 듣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 체제가 전쟁 억제, 전쟁 발발시 미군의 참전, 승리 확률 등에서 유리하고 국방비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면, 한국이 먼저 전작권 분리를 요구할 이유는 없다. 특히, 북한 정권이 입에 달고 다니는 ‘우리민족끼리,’ ‘외세 배격,’ ‘민족 자주’ 등의 구호들과 마찬가지로 전작권 분리도 동맹와해를 겨냥한 북한의 숙원사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북화해와 안보는 동행(同行)해야 한다. 안보의 중요한 축인 동맹을 희생시키면서 남북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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