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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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최고지도자이다. 대통령은 자신보다 유능하고 뛰어난 사람들을 등용해 복잡한 국가운영의 한 부분을 맡길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할 능력이 없거나 아예 대국민 설득을 방조할 경우, 민심을 잃어버린 대통령의 권력은 쉽게 형해화(形骸化) 된다. 아니면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지나치게 권력을 집중시켜 독재정치를 펴게 된다.

국제무대에선 대통령이 곧 국가이지만, 국내적으로 대통령은 국회·사법부·언론·시민사회·정당들 사이에서 반드시 통치행위를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3권분립제도 하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필요에 따라 대통령령을 발효하는 준입법적 행위를 할 수 있다. 국가적 위기상황이거나, 국회 입법과정이 지나치게 대립적이어서 국민들의 현실적 고통이 극심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꽉 막힌 국민들의 숨통을 일시적으로 열어줄 수 있다. 물론 담당부처와 논의하고 언론을 통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친다는 전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령 발효는 흔치 않다. 국회를 존중하고 대국민 설득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5년간 문 정권에서는, 마치 조선노동당 최고존엄이 마음대로 법령을 남발하듯 청와대를 중심으로 대통령령이 날아다녔다. 법제처가 16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 정부 시절 공포된 대통령령은 4천602건이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 4년 2개월 동안 공포된 3천667건, 이명박 정부 때의 3천762건보다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근 170석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령을 포함한 모든 시행명령은 국회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3권분립의 한 축인 행정부를 국회가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검수완박’에 이어 ‘정부완박’을 하겠다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이 무뢰하고 무능한 야당은 과거 자신들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성찰도 없다. 위선과 기만, 거짓과 사기극에 속아서 170석을 만들어 준 국민을 바보로 보는지, 이들의 만행은 끝이 없다. 그러나 반전은 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설득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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