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가 북한군에 의해 서해상에서 피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해 ‘자진월북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입장을 뒤집은 것을 두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색깔론’이라 규정한 가운데, 이대준씨의 아들인 이모 군은 20일 우 위원장 앞으로 손편지를 보냈다.

이 군은 편지에서 "하루 아침에 남편과 가족을 잃은 가족들의 처참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냐?"며 "2차 가해가 진행되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군은 이어 "대한민국에서 월북(越北)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안 다면 보여주지 못하는 정황만으로 한 가족을 묻어버리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건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군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은 피살 사건 관련 "어머니와 저는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고, 우리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다"며 "지금 국민들을 상대로 장난하는 것이냐"라고 했다.

이군은 ‘사과를 받았으니 됐다’는 우 위원장 발언에 대해 "누가 누구한테 사과했다는 것이냐"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 가족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냐. 우상호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받았으니 된 것 아니냐는 말을 내뱉는 거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월북자 가족이라는 끔찍한 죄명을 주려면 명확한 증거를 가족들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라며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너희 아버지는 월북이 맞으니 무조건 믿으라’하는 것은 반(反) 인권적 행위"라고 했다.

이군은 "월북인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하는데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던 것이냐"라고 했다. 이군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준다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국민 편에서 일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아닐까 싶다"며 "적국에 의해 남편, 아버지를 잃은 한 가정의 아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 이익에 따른 무책임한 발언을 내뱉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법원이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유족 측이 청구한 군사 특수정보(SI)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일부 제한한 가운데, 유족 측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의결을 통한 대통령 기록물 열람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내용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군은 우 위원장이 "월북이 아니란 증거를 내놓으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먼저 월북이 확실하다고 얘기한 쪽이 월북의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며"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함부로 월북이란 단어를 입에 올려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떳떳하면 판사가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때 의원님은 왜 가만히 계셨냐"며"그렇게 (월북을) 확신한다면 대통령 기록관에 있는 아버지의 모든 정보를 지금이라도 공개하면 된다"고 했다.

이군은 "우 의원님 소속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다.아버지 죽음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듯하니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 다시 2차가해가 진행되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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