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또다시 공개 충돌했다. 이 대표가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비공개 회의 중단"이라고 하자 배 의원이 "비공개 회의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나"라며 반발한 것이다. 최근 두 사람은 당 혁신위 운영방향과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등을 놓고 비공개 회의에서 잇단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막바지에 "오늘 비공개 회의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제시된 국제위원장 임명권에 대해 의견 있으면 제시해주시라"고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배 의원은 "아니, 비공개 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떡하냐"고 항의했다. 이어 "그동안 내내 최고위 회의 하는 동안 비공개 회의 내용들이 (언론에) 오픈돼서 회의 단속을 해달라고 누차 제안드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잠깐만, 잠깐만요"라고 하며 두 사람 사이를 중재했다.

이 대표는 배 의원에게 "발언권을 획득하고 말씀하라"고 말하자 배 의원은 "대표님이 스스로도 많이 유출하지 않았느냐"며 재차 반발했다. 이 대표는 "특정인이 (최고위 회의에)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내용까지 나오고 있다"며 "더 이상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배 의원은 "지금 최고위원 회의에서 진행되야 할 건전한 회의 기능과 저희의 권한에 대해서 대표님께서 의장 직권으로 여태까지 단속 제대로 안 됐다"며 "심지어 본인께서 언론과 나가서 얘기한 것을 언론인들이 쓰는 것을 누구 (탓 하느냐)"며 항의했다. 이에 이 대표는 "한 번 단속 해볼까요"라고 대꾸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만하자. 비공개 회의를 하겠다"라고 한 번 더 중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마이크를 직접 끄기도 했다. 이 대표는 "논의할 사항이 있으면 권 원내대표에게 이관하겠다"고 하며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돼 15분 가량 진행됐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2분 만에 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을 ‘패스’하고 비공개 회의 중단을 선언한데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당 혁신위 운영방향 등에 대한 지도부 내부 충돌이 언론에 구체적으로 보도된 데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논의 사항은 가급적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도 "각자가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이래라저래라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여당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며 "이게 다 대표가 만드는 것이지, 세상에 어떻게 여당을 이렇게 끌고 가나. 집권 여당 대표가 모두발언도 안 하고 그러려면 대표를 뭐하러 하나"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