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올린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금리 인상 관련 뉴스를 켜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올린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금리 인상 관련 뉴스를 켜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국 경제학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1년 내 미국에 경기침체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직후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는 경기침체에 이미 진입했거나 그 직전에야 볼 수 있는 수치다. 실제 지난 2005년 중반부터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 정도의 높은 수치는 나온 적이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7년 12월에는 38%,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2월에는 26%로 모두 지금보다 낮았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것은 맹렬한 기세로 치솟는 물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때문이다. 한마디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경기도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S의 공포’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 여파까지 더해지면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70~80년대 오일쇼크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이 왔을 때도 집값은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의 후유증은 점진적이고 장기에 걸쳐 발생한다. 이 때문에 당장 주택시장의 시황을 좌우하는 것은 ‘금리쇼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1.0%포인트 이상 빠르게 끌어올리면 신규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자의 이자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집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연 4.330∼7.140% 수준이다. 물가 오름세가 여전한 만큼 이미 7%를 넘어선 대출금리는 연말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 연준의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스텝에 대응해 연말까지 네 차례(7·8·10·11월) 연속, 총 1.00∼1.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최초로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대출금리가 시장에서 전망하는 기준금리 인상폭 만큼만 올라도 연말에는 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리쇼크의 영향은 즉각적이다. 지난주 주택시장은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단행 여파로 매수 문의가 뚝 끊기는 등 종전보다 더욱 얼어붙는 양상을 보였다. 역대급 거래절벽 속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시장 불안 소식이 전해지자 싼 매물을 기다리던 매수 대기자들마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에 따라 가격을 대폭 낮춘 급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해 3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전주의 -0.01%보다 하락폭도 커졌다. 서울 외곽의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과 성북구 일대는 물론 강북의 인기 지역인 마포구·성동구·서대문구까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권인 송파구와 강동구도 마찬가지.

올들어 지난주까지 서울 25개구 가운데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오른 곳은 5곳 뿐이다. 서초구(0.57%)와 강남구(0.32%) 등 강남 핵심지역과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0.39%), 재개발·재건축 기대심리가 큰 동작구(0.04%)와 양천구(0.01%) 등이다. 나머지 21개구는 누적 상승률이 모두 마이너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더라도 ‘똘똘한 한 채’는 놔둔 채 양도소득세 부담이 적고, 앞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은 곳부터 매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와 인천은 지난해 집값 상승폭이 비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과도했다"며 "입주물량도 늘기 때문에 앞으로 하락폭이 꽤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08년 9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금융위기 때와 현재는 경제 상황이 다르고, 새 정부가 공급확대를 위한 재건축 등 규제 완화, 보유세 감면 등을 추진 중인 만큼 하락폭이나 하락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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