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재
최영재

출산율 0.82%, OECD 최저 출산국가, 연간 신생아 출산이 26만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국가 소멸론’까지 나온다. 연간 150조원 이상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는데도 출산율은 계속 역주행 중이다. 결국 ‘이민청 설치’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뽑아야만 했다.

저출산 원인에 대한 진단은 다양하다. 저출산 대책으로 내세운 페미니즘이 오히려 저출산 원인이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페미니즘이 저출산으로 이어졌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민주당, 정의당은 "여성을 출산기계로 본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저출산 원인으로 ‘가부장주의에 젖은 남성중심 문화’를 거론한다. 즉 가부장주의가 여성 희생을 불렀고,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면서 저출산이 왔다는 진단이다.

이밖에 저출산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즉 육아부담, 자녀교육 부담, 경력단절에 따른 일자리 문제가 여성이 출산을 피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여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왔다. 그들은 저출산에 시달리다 지난해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높아진 프랑스 사례를 든다. 즉 프랑스가 저출산을 극복하게 된 것은 육아와 교육 부담을 국가가 지고, 여성의 일자리 정책을 적극 펼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만연한 선진국들도 저출산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혼자 살겠다"는 여성의 비율이 67%(반대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결혼하겠다는 응답을 한 남성은 76%)나 되는 상황에서, 프랑스식 경제적 지원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저출산 원인을 살펴볼 때 특정 사안만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즉 페미니즘 확산과 여성들의 가치관 변화, 그리고 육아·교육·일자리 등 경제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서구는 페미니즘이 극성을 부릴 때 출산율은 저조했다. 심지어 인구 증가 문제가 생겼을 때 페미니즘은 ‘출산을 하지 말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따라서 페미니즘과 저출산이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는다. 또 육아나 교육, 일자리 등 여성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저출산이 온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 그런 현상도 일부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오히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여성들이 훨씬 많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여성들의 비혼주의 가치관이 저출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사회·정치적으로 출산 기피를 조장하는 언론보도나 정치적 시그널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결혼을 기피하도록 하는 △페미니즘, △동성애, △반려동물에 대한 과잉보도 등은 젊은 여성들의 가치관을 ‘비혼’과 ‘출산기피’로 내모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애정이 가더라도 대통령 내외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과잉 애정표시는 삼가야 한다. 그 첫단추는 대통령 집무실의 반려동물 토리 사진부터 떼내는 것이다. 다시는 대통령 집무실에 반려동물을 안고 나오는 장면 노출은 삼가야 한다. 대신 대통령 내외가 솔선해서 다둥이 부모와 자녀를 격려하고 지원하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지금 저출산 문제는 그 어떤 재난보다 더 심각한 국가적 재앙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자녀가 없다는 사실은 자랑이 아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가 없다면 국가지도자부터 솔선해서 입양을 해서라도 저출산 극복 시그널을 내야 한다. 모든 국민들과 국가가 혼연일체가 되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비혼’과 출산 기피 가치관을 조장하는 행위와 보도·방송을 자제하고, 결혼과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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