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을 마친 뒤 관람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을 마친 뒤 관람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고(故)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에서 공개 연설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여사가 공개석상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권에서는 김 여사의 ‘광폭 행보’를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김 여사의 보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단독 일정은 물론 비공개 일정까지 김 여사의 행보에 긍정적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8일 故 심 소령 추모 음악회에 참석해 희생을 기리며 정말 대단한 희생이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날을 선물해준 영웅이라고 연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故 심 소령은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지난 1월 경기 화성 전투기 추락 사고 당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 탈출을 하지 않고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순직했다.

김 여사는 연설에서 "제가 그 당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을 해봤다"며 "너무 찬란한 젊음이 있고, 사랑하는 부인이 있고, 존경하는 부모가 계시고 가족이 있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 결심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슴 깊이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이 군인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하루하루 고통스럽지만 살아갈 수 있는 날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희생이고 대단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정민 소령님은 어려서부터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또 국민을 사랑했고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를 지켰다"며 "젊은 인생을 우리를 대신에서 먼저 일찍 갔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정신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매년 이렇게 심정민 소령의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이런 날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김 여사의 故 심 소령 추모 음악회 참석을 두고 민심은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여사의 ‘광폭 행보’를 경계하는 눈치지만, 여론은 꾸준한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김 여사는 이번 추모음악회를 비롯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8건에 달하는 단독, 비공개 등의 외부일정을 꾸준히 소화하며 전 대통령 부인들을 예방해왔다. 지난 12일 부부동반으로 서울 시내 극장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고 영화계 인사들을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도 했다. 14일에는 국미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 부인들과 오찬을 가졌고, 16일에는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했다.

17일에는 윤 대통령과 함께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찾은 보훈 가족 및 국가 유공자 130명을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으며,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조용한 내조’를 강조하며 ‘제2부속실’을 우회적으로 부활시킨 윤 대통령이 이를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심이 야당의 비판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여사의 행보가 민생을 아우르고,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 역할은 물론, 국가를 위해 순직한 영웅들을 기리는 보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긍정적 여론이 나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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