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개입 징후

초기 발표자 교체 : 월북에 난색 표한 인천 해경서장 교체
발표 부서마저 교체 : 발표 예정인 중부청도 주저하자 배제
발표자 줄줄이 승진 : 결국 본청 발표...관련자는 모두 영전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앞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앞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을 받아 피살된 사건과 관련,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이씨의 ‘자진월북’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자진월북’의 판단 근거로 삼았던 북한군 통신내역 감청내용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열람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해당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동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기록물 열람에 동의하지 않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록물 지정 해제를 요청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권 차원의 사건 개입 및 왜곡 가능성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문제다.

이대준씨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대통령기록관에 청와대에서 이전된 기록물의 공개를 요청했고, 기록관 관장이 이달 23일까지 회신을 주겠다고 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기록관 측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국회를 찾아가 자료 공개를 요청하고, 그래도 안 되면 부득이 문 전 대통령을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이 해양경찰과 국방부에 ‘월북 관련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족 측은 이와 관련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오는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 여부는 23일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1차 발표와 중간 수사 결과 내용이 바뀌는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한 행정관이 이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지침을 해양경찰청에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행정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김홍희 당시 해경청장도 "수사 내용에 어떻게 민정수석실 지침을 받느냐"며 부인했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해경 관계자들이 줄줄이 승진한 것을 보면 청와대의 개입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윤성현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은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발표 3개월 뒤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으며, 본청 기획조정관을 지낸 뒤 남해해경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인천해경 수사과장은 지난해 초 총경으로 승진했다. 경감이던 수사팀장도 경정으로 승진했다.

결국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당시 사건 보고서와 대통령 지시내용이 공개돼야만 전말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대통령기록물 공개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없다.

민주당도 대응에 나서기는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여야간의 ‘진실공방’으로 번질 분위기다.

21대 전반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보해악을 감수하고라도 9월 24일 당시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 및 공개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을 열어보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들과 함께 전반기 국방위에서 활동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제가 국방위원이고 정보위원인데 (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열람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야당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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