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의 모진 언사를 보며, ‘나’를 경계하다
손혜원의 모진 언사를 보며, ‘나’를 경계하다
  • 권채빈 기자
  • 승인 2019.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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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겨냥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따라 쏘아댄 말들은, 신 전 사무관과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기자가 다시 봐도 심하긴 심했다.

“4개월간 부모님께 연락 한번 안 하다가 별안간 유튜브에 나타나 공익제보자 행세를 한다.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거다. 신재민에게 가장 급한 건 돈.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지은 죄가 만만치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불발탄을 양손에 든 사기꾼. …썩은 동아줄.”

“현직에 있는 사람이 해고될 각오하고 공익을 위해 자기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는 게 ‘공익제보’입니다. 이미 퇴직한 사람이 몇 달이나 지나서 자기 조직에 관한 헛소문을 퍼뜨리는 건 보통 ‘양아치짓’이라고 합니다.(전우용씨 글 인용)”

‣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침내 남들 앞에 꺼내놓기까지… 허다한 시간을 그야말로 노심(勞心)하고 초사(焦思)했을 맑은 표정의 이 청년 얘기를, 국회의원 이전에 인생 대선배이자 엄마뻘 되는 사람이 끌어안아 헤아리기는커녕 왜 못된 말들로써 모질게 되박아대는 걸까.

대학부터 국회의원 될 때까지 평생을 미술이다 디자인이다 업(業)을 삼아, 누구보다도 더 아름다움을 추구해왔을 듯한 저 손 의원의 어디에서 저리 몹쓸 언사들이 숨어 있다 튀어나오는 걸까.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무슨 억하심정이 있나? 어떤 정치적 뒷이유가 있나? 과문하여 그 배경도 속내도 알 길이 없으니, 기자로서는 그 집요한 언행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런 터에 공교롭게도 오늘(1월10일)자 조선일보, 한양대 고전문학 교수의 연재물 <세설신어> 글머리에 소개된 구절이 기자의 마음을 따끔 찔렀다.

조선후기 문신 윤기(尹愭 1741∼1826)가 자신을 경계하여 쓴 ‘자경(自警)’이란 글이다. 인터넷 검색하니, 무명자집(無名子集)이라는 그의 문집에 실린 것이라 한다. 손 의원이 다른 분 글을 인용하여 의사표현을 했으니, 기자도 흉내 내본다.

‣ “아아, 이 내 몸을 묵묵히 돌아보니, 성품 본시 못난 데다 습성마저 게으르다. 속은 텅 비었는데, 어느새 늙었구나. 입은 아직 뚫려 있고 혀도 따라 움직여서, 아침저녁 밥을 먹고 쉼 없이 말을 한다. 가슴 속을 펴보여 되는대로 내뱉는다. 공부를 버려두고 경계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두려워서 용납될 곳 없으리니, 어이해 틀어막아 그 끝을 잘 마칠까.” (于嗟儂 默反躬 性本惷 習以慵 中空空 奄成翁 口尙通 舌則從 飧而饔 語不窮 發自胸 出多衝 縱着工 罔愼戒 後乃愯 若無容 曷以壅 曁厥終)

꾸역꾸역 한자도 다 찾아가며 서너 차례 되풀이로 읽었다. 어허 이것 참, 남에게 던질 말이 아니라 나부터 돌아볼 노릇이라 기자는 신문의 이 글 부분을 서걱서걱 잘라내 책상머리에 탁 붙였다. 결코 가슴 속을 펴보이지도, 되는대로 내뱉지도 말아야겠다, 마음다짐 하면서.

ultarikong@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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