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작동하는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연합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작동하는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연합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 한국형 발사체)’가 2차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우뚝 섰다.

21일 오후 5시 10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프레스센터에 들어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리호가 목표궤도에 투입돼 성능검증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궤도에 안착시켰다"며 누리호의 성공을 공식 천명했다.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독자적 우주발사 능력을 가진 세계 10번째 국가이자 1톤 이상의 실용 위성을 자력 발사한 7번째 국가가 됐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주개발 무대에서 미국·러시아 등 초강대국과 진검승부를 펼치는 ‘K-뉴스페이스’ 시대의 본막이 열린 것이다.

이날 오후 4시 불기둥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은 누리호는 발사 127초 후 1단 분리를 시작으로 234초(페어링 분리), 269초(2단 분리), 875초(성능검증위성 분리), 945초(위성 모사체 분리) 등 15분 45초간의 사투를 정해진 시퀀스에 따라 완벽히 수행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우주강국 도약이라는 국민적 염원의 실현을 함께 축하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대학생 김학래 씨는 "누리호는 나로호와 달리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나라 기술로 해결했다고 알고 있다"며 "경제력에 이어 과학기술력에서도 선진국에 오른 것 같아 국민으로서 정말 뿌듯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국민들이 누리호의 16분간 여정을 담담히 지켜봤다면 발사를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나로우주센터 관계자들은 극도의 긴장감이 역력했다. 매 단계마다 돌발변수로 인한 실패 가능성이 상존했기 때문이다. 실제 누리호의 모태인 나로호는 2019년 1차 발사 때 페어링(발사체 상단의 위성 보호용 덮개) 미분리로 고배를 마셨고 지난해 10월의 누리호 1차 발사도 3단 로켓엔진이 조기 종료돼 위성 모사체의 정상궤도 안착에 실패한 바 있다. 특히 탑재체(성능검증위성·위성모사체) 분리는 초속 7.5㎞(시속 2만7000㎞)라는 극악의 환경에서 이뤄지는 탓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누리호는 모든 고비를 넘겨 목표고도(지상 700㎞)에 올라 탑재체를 사출했고 발사 42분 23초경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이 성능검증위성과 첫 교신을 통해 정상궤도 진입을 확인하면서 최종 발사 성공을 알렸다. 위성의 정상 작동 여부는 22일 오전 10시께 파악된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 위성의 지구저궤도(600∼800㎞) 투입을 목표로 2010년 3월부터 12년 3개월간 300여개 기업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한 피와 땀의 결정체다. 이를 위해 1조9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민간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2016년 누리호의 심장으로 불리는 75톤급 액체엔진(1·2단 엔진)의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로켓엔진 기술을 확보한 쾌거였다. 이후 현재까지 75톤급 34기, 7톤급(3단 엔진) 12기 등 총 46기의 엔진을 제작했다. 누리호는 발사체의 신뢰도와 안정성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4차례 더 발사될 예정인데 이미 3차 발사용 엔진까지 제작을 마친 상태다.

체계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역할도 컸다. 300여 기업이 납품한 제품의 조립을 총괄했고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 제작도 담당했다. 총조립 과정에만 24명의 엔지니어가 지난해 6월부터 1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높이 45m의 발사대 건립, 현대로템이 연소시험과 유지·보수를 책임졌다. 이외에 체계종합 6곳, 추진기관·엔진 9곳, 구조체 9곳 등 핵심분야 참여 기업만 30여곳, 참여인력은 500여명에 이른다.

항우연 관계자는 "누리호의 개발과 발사 성공을 통해 많은 민간기업들이 발사체를 비롯한 우주항공 기술력을 끌어올린 만큼 민간이 주도하는 K-뉴스페이스 생태계가 본격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전개될 누리호 고도화 사업과 차세대 발사체(KSLV-III) 독자 개발, 2031년 달착륙선 발사도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민간기업과 함께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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