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이인철

본방송을 보지 못해도 다음 편을 보면 된다. 보통은 건너뛰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다. 뉴스는 시시각각 상황에 따른 화제성 있는 주제를 소개한다. TV는 그렇게 일시적 정보를 제공하고 모두가 이에 익숙해졌다.

익숙한 줄거리로 구성된 스토리의 한 장면이나 소리가 마음에 남기 마련이다. 깊은 인상으로 다가오는 일시적 정보는 맥락을 없애기 마련이다. 그래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반응을 즉시 기대할 수 있다. 일시성에 익숙한 삶은 근대적 감수성에서 유래한다. 현실의 한 시점에서 느낀 것을 표현하는 인상주의(印象主義)적 태도는 순간의 경험에 대한 반응을 추구하고 다음 순간의 경험을 기대하게 한다.

TV 시청 습관은 순간에 존재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게 한다, TV시대에 길러진, 맥락없는 정보에 대한 거부감 없는 습득의 관행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SNS의 시대에 더욱 발휘된다. 일시적이지만 화제를 낳은 주제에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빨리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진위 여부를 가리거나 인과관계를 따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파편적 정보를 선호하게 되는 경향은 음모론 및 가짜뉴스 범람의 원인이기도 하다.

맥락없는 일시적 정보가 화제가 된다는 이유로 유통되어 소비되는 시대다. 누구나 정보의 진위를 가리지 않게 되는 상황에서 정보 소비는 놀이가 된다.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놀이로서의 가치가 있더라도 게임 중독 경우처럼 놀이와 현실이 구분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언제까지나 계속된 이야기를 약속하지만 끝은 있기 마련이다. 다음 편이 예고되어 있더라도 언제까지나 채널을 끄지 않고 켜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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