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주
조창주

이번 제8회 지방선거에서 20대 남성 투표율은 29.7%, 여성 투표율은 35.8%였다. 평균 50.9%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투표율이다. 국민 중 절반이 지방선거 투표를 포기했고, 청년 20대는 그보다 더 많이 투표를 포기했다. 투표는 민주주의 국가 시민들의 권리다. 하지만 청년들은 투표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 청년들은 목소리를 내기보다 포기를 통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청년들이 포기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은 정책에 대해 크게 목소리를 내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로 의사표시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한 절반 정도의 국민과 투표를 포기한 민주당 지지자로 인해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선거를 포기한 절반의 국민을 설득했다면 얼마든지 결과는 뒤집힐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목소리를 내는 소수보다 침묵하는 다수가 무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목소리(voice) 또는 이탈(exit)에 관한 예를 하나 들자면, 대표적으로 저출산 문제이다.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겠습니다 라고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하지 않는다. 조용하게 출산을 포기해왔고 그 결과 출산율이 2020년 0.83에 이르게 됐다. 저출산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또다른 하나는 자살이다. 2020년 우리나라 20대 사망원인 54.4%가 자살이다.

젊은 세대가 의사표시를 하는 방법은 목소리가 아니라 이탈이라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소수의 목소리가 대표적인 정책 의제로 발전하면서 2030세대에게 정말 중요한 정책 의제는 사라지고, 정치권은 소수의 목소리가 집중된 논쟁에만 집중한다. 시위하거나 파업하는 곳에 목소리를 반영할 뿐, 서서히 사라지는 조용한 목소리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정치는 일부 과대 대표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 수많은 포기라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최근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봤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 드라마에서 결정적으로 남긴 명대사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이다. N포세대는 포기할 것들이 너무 많아 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인간관계 등 포기하는 게 점점 늘어나자 생긴 말이다. 2030세대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재 있는 것들을 땔감으로 태워 오늘을 채우는 세대이다. 뭔가를 채우고 살고 싶지만 채워지지 않는 세대에게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갖춰야 할까? 목소리보다는 이탈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표가 안 된다는 말로 소수 집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가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다. 부디 정치인들이 일부 목소리에 반응하여 서로 증오하는 정치보단 오늘도 사라져가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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