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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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태평양 패권을 두고 미국에 도전 중이다. 아직 무력 충돌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 군함이 동중국해부터 남중국해, 나아가 그 너머에서까지 미 해군과 겨루길 원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도전은 최근 항공모함 ‘푸젠함’을 진수함으로써 더욱 명확해졌다. 의미심장하게도, ‘푸젠함’은 바다 건너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역인 ‘푸젠’(福建)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의 다른 항공모함 두 척과는 달리, 푸젠함은 완벽하게 중국 자체 기술로 건조됐다. 중국 항공모함 두 척 중 하나는 구소련 해군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것을 개조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만들었지만 러시아 측 설계에 의존했다. 푸젠함이야말로, 미국의 태평양 지배에 대한 도전 의미로 건조된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이자 첫 번째 계획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현재 푸젠함은 디젤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진수될 중국의 항공모함은 미 항공모함처럼 원자력 추진 동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다시 미국에 맞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1996년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만을 위협하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전투 병력을 동반한 미 니미츠(Nimitz)급 항공모함 출격으로 이를 막아섰다. 당시 중국은 대만이 완전 독립을 선언할까봐 격분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 본토의 통제와 무관한 자유로운 민주국가 대만이지만, 스스로 독립선언을 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해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만 등을 향한 야망을 방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미국에게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대만이 미·중 전쟁 발발에 가장 가시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견제하는 미 군함과 비행기를 막을 길이 없다. 하지만 핵 항공모함 건조 등 중국이 해군력을 강화한다면 남중국해 균형에 변화가 올 수 있다. 중국은 이미 핵추진 잠수함을 갖췄으며, 남태평양 전역에 드론 항공기를 보낼 때 사용할 구축함과 소형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이 한반도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게 당연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의 일종으로 종종 한국의 동해안 서해안 양측에 항공모함을 보내 왔다. 머지않아 중국은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그랬던 것처럼, 핵 항공모함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김정은의 위협용 미사일과 핵탄두보다 이를 더욱 큰 위협으로 여겨야 할지 모른다. 미 해군이 중국 해군력의 부상에 방어 태세를 정비하듯 한국 역시 이에 대한 방어 태세를 취해야 한다.

한국은 독자적인 항공모함 보유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때다. 한국 해군은 불충분한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한국 특유의 길고 취약한 해안선 보호에 힘써 왔다. 중국이 해군력을 증강함에 따라 한국도 해군 대국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오랫동안 다양한 선박 건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보다 작은 구축함부터 잠수함까지, 군함들도 건조해 왔다. 한국은 중국과 대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만 방어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려 할지 모르지만, 자국 해안은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태평양 해군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열망은 한·미·일 모두에게 위협이다. 한국 해군은 공군·육군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독자적 위협과 중·러·북 3국의 연합 위협을 억제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상적인 방법은,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통해 태평양 곳곳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것이다.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출항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은 중국의 패권을 향한 꿈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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