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전체주의 압도한, 박정희 유산을 폄훼하는가
'한강의 기적'... 전체주의 압도한, 박정희 유산을 폄훼하는가
  • 이강호
  • 승인 2017.11.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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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역사의 길목에서 ①] ‘10월 유신’과 ‘10월 혁명’

발생하는 모든 일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은 반복해서 기억될 때만 역사가 된다. 매년 반복되는 달과 날, 우리는 그렇게 다시 기억되는 사건들을 대하며 역사를 마주하곤 한다. 세계는 조용했던 적이 없으며 우리 또한 간단치 않은 역사의 굴곡을 거쳐 왔다. 그런 만큼 세계사적으로든 한국사적으로든 어느 달인들 중요한 역사적 기억이 없는 때는 없다.

‘10월’도 역시 그러한데, 그 명칭이 붙는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이 새삼스러운 대비를 느끼게 한다. ‘10월 유신’과 ‘10월 혁명’이다. 물론 그 ‘10월’은 따지고 보면 그저 통칭상의 계기다. 러시아 ‘10월 혁명’이란 당시 러시아의 구력(舊曆) 기준이고 지금의 세계 공통 역법 기준으로는 11월의 사건이다. 하나는 단지 우리 정치사의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100년 전 러시아의 사건이니 시공간적으로도 멀다. 더욱이 러시아 10월 혁명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에 ‘감히’ 10월 유신 ‘따위’를 빗대다니 하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때문에라도 두 10월을 교차해보게 된다. 그 평가의 시선에서 오늘의 우리 한국인의 역사의식과 정치의식에 중요한 갈림이 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혁명은 세계사적 사건이긴 하다. 그래서 우리역사에도 그만큼 긴 파장을 드리웠다. 그런데 빛보다는 짙은 그림자였다. 대한민국 탄생 이전의 전사(前史)에도 갖은 곡절의 흔적을 남겼지만 특히 건국 이후에는 더더욱 상흔이었다. 신생 대한민국은 태어나자마자 6.25의 참화로 피의 골짜기를 지나야 했다. 거슬러 올라 보면 그것도 결정적으로 러시아 혁명의 결과적 여파다. 그리고 이후 대한민국이 현대사의 장정에서 늘 마주해야 했던 공산세력과의 대결이 야기한 긴장도 모두 그러하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은 붐인데 박정희탄생 100주년은 뒷전이라니!

러시아 10월 혁명의 역사적 결과는 어떻든 그처럼 우리 한국의 현대사에서는 시종 적대적 대립물로 작동했다. 그런데 그 같은 엄연한 사실을 주목하고 지적하는 게 지금 한국에선 결코 세련된 사고방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낡은 발상,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발상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특히 진보를 자처하는 부류들은 예외 없이 그런 태도를 보인다. 대중적으로도 그런 분위기가 퍼져 있다. 올해 2017년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아 서점가에는 러시아 혁명 관련 서적들이 붐이다. 새삼 레닌 전집이 서가를 덮고 있고 여기저기에 ‘혁명’을 논하는 책들이 봇물이다. 유혈의 난장은 잊혀지고 낭만적으로 혁명이 소비되고 있다.

그런 반면에 100주년을 맞이한 다른 어떤 기념일은 완전히 뒷전이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1월 14일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났다. 레닌의 볼셰비키가 통칭 10월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무장봉기로 정권을 탈취한 지금의 달력으로 11월 7일인 날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박정희는 정치적으로 어떤 시비를 하든 그 경제적 업적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인물이다. 10월 유신을 아무리 유감스러워 한다 해도 유신 시대를 빼고는 대한민국의 고도성장과 중화학공업은 논할 수도 없다. 그런데 레닌과 그의 10월에는 낭만적 시선을 당연시하지만 박정희와 그의 10월에는 최소한의 객관적 조망도 극히 인색하다. 10월 유신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상식으로 군림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인정하는 이들도 많은 경우 ‘정치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를 주저한다. 정치적으로는 특히 ‘쿠데타’라는 말이 시종 따라 다닌다. 5.16은 당연히 군사 쿠데타고, 10월 유신도 아예 쿠데타로 칭하기도 한다.

레닌의 10월 혁명은 쿠데타가 아닌가?

쿠데타란 지칭은 말할 것도 없이 부정적 뉘앙스에서다. 불법적 군사행동으로 합법적인 정부를 전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러시아의 10월 혁명만큼 그 정의에 잘 어울리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당시 러시아에는 1917년 2월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 체제가 무너진 뒤 수립된 케렌스키 정부가 있었다. 레닌의 볼셰비키는 이 합법적인 케렌스키 정부를 비합법적인 군사행동으로 타도하고 정권을 탈취했다. 그런데 이건 쿠데타가 아니라 그저 혁명이라 한다.

다수파라는 뜻의 볼셰비키라는 지칭부터가 기만적이다. 1903년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제2차 당 대회에서 마르토프와 레닌의 노선 대립이 있었는데 다수의 지지를 받은 레닌 파를 볼셰비키라 부르면서 유래했다. 그러나 볼셰비키가 다수파였던 것은 그때 잠깐 뿐이었고 실제로는 언제나 소수파였다.

1917년 2월 혁명 당시 볼셰비키는 상황주도는 고사하고 레닌이 러시아 국내에 있지도 못했다. 2월 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한 세력은 사회혁명당과 멘셰비키의 연합이었다. 1917년 10월 쿠데타로 권력을 탈취할 때도 볼셰비키는 여전히 소수파였다. “소비에트로 권력을” 넘기라며 케렌스키 정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았지만 전체 소비에트 차원에선 사회혁명당과 멘셰비키 세력이 여전히 강력했다. 볼셰비키가 소비에트에서 적어도 멘셰비키보다는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멘셰비키가 볼셰비키의 불법적 권력 탈취를 맹렬히 비난하고 철수한 덕분이었다.

1917년 11월, 레닌은 케렌스키 정부 시절부터 예정돼 있던 제헌의회 선거를 실시했다. 볼셰비키가 권력을 이미 장악한 상태였지만 선거 결과는 이를 무색케 했다. 사회혁명당과 멘셰비키가 합쳐서 65%의 지지를 얻은 반면 볼셰비키가 얻은 지지는 22%에 그쳤다. 의석수로는 총 707석 중 사회혁명당이 370석으로 과반이 넘는 제1당이었다. 볼셰비키의 의석은 175석으로 1/4에 미치지 못했다. 레닌은 이 딜레마를 간단히 해결했다. 선거결과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1918년 1월 18일 제헌의회가 소집되었으나 볼셰비키는 곧바로 이를 강제 해산했다. 레닌이 내세운 이유는 “노동자 권력에 어울리지 않는 부르주아 의회에 시간낭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레닌과 볼셰비키의 이 같은 정치행적은 박정희의 5.16과 10월 유신보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정치적 정당성을 갖는가?

박정희를 아무리 폄하해도…

물론 이 같은 시시비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10월 혁명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그저 ‘혁명’이다. 그 과정이 아무리 불법적인 행동으로 점철되고 유혈이 낭자했다 해도 그렇다. 사실 역사적으로 ‘혁명’이란 형식적 측면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는 별도의 문제다. 어떤 정치적 변혁의 행위에 대한 역사적 심판은 결국 그것이 낳은 결과에 따른다. 러시아의 10월 혁명에 그 누가 그 어떤 낭만적 찬미의 감상을 싣고자 해도 결과적으로 그것은 역사적으로 ‘실패’라는 판정을 면할 수 없다. 그 파장이 역사에 긍정적 유산을 남긴 게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자신의 역사적 차원에서도 그러하지만 세계사적으로도 그것을 모범으로 했던 모든 정치적 실험은 참담하게 끝났다. 그래서 그것은 ‘혁명’이라는 칭호는 가져도 결국 ‘실패작’으로 기록된다.

그런데 그렇다면 박정희의 5.16과 10월 유신은 어떠한가? 그 지칭을 뭐라 하든 박정희의 ‘정치’는 결국 우리 역사에서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성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그 성과는 세계적으로도 공산전체주의 모델과의 대결에서의 중대한 승리의 한 모범이 되었다. 이것이 폄훼돼야 하는가? 러시아의 10월과 유신의 10월, 그리고 러시아 혁명 100주년과 박정희 탄생 100주년, 적어도 우리 한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더 기억되고 기념되는 게 마땅한가?

lgh@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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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제 2017-11-30 15:06:31
조우석 저 박정희 한국의 탄생, 이 책도 참고하십시오.
박정희가 김종필에게 명령한 8억불, 김종필 오히라 메모로 유명한 8억불, 그 8억불이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을 만들었고, 그게 기반이 되어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김승희 2017-11-28 20:01:26
일본! 잃어버린 10년
러시아! 잃어버린 100년
한국! 뛰어 넘은 100년
북한! 70년전 그대로

최용희 2017-11-27 09:27:31
우클릭이냐 더 오른쪽이냐 반동이냐
허 참!
곧 503석방주장도 나오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