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후원 락스퍼국제영화제 초청작

영문도 모른 채 수용소 끌려간 소년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시미즈 감독 "무고한 사람 죽이는 게 잘못됐다는 건 보편적 진실"

北실상 그대로 애니메이션 영화 ‘리멤버 미’에서 1995년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요한의 엄마가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 /네이버 포토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 실상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리멤버 미’(94분)가 29일 개봉된다. 이 영화는 자유일보ㄴ 후원의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SLIFF), 지난 제2회(5월 24~29일) 초청작이었다. 재일교포 4세 에이지 한 시미즈 감독(52)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5년 평양을 배경으로 한다.

평양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9살 소년 요한의 집에 갑자기 보위부 요원들이 쳐들어온다. 엄마와 요한, 여동생 미희는 영문도 모른 채 수용소로 끌려갔다. 당성 높은 아빠가 일본을 오가며 최고의 통역사로 일하다 갑자기 실종된 것이다. "민족과 당에 중대한 죄를 저질렀다"고 할 뿐 아빠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1990년대 북한의 정치범 가족들을 모아 놓은 수용소····· ‘쓰레기’ ‘구더기’ ‘없어져도 좋을 인간들’로 불리며 이들은 힘겨운 강제 노동에 내몰린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짐승처럼 일해야 했다. 소년 요한도 예외가 아니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죽기 직전까지 구타당하고, 시신은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주인공 요한·미희·인수는 각기 다른 시기, 다른 수용소를 체험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만든 가상의 캐릭터다. 죽어가는 노인을 구하기 위해 연대하는 수용자들이나 산사태로 일부 수용자가 매몰됐을 때 이들을 구하지 말고 일하라 윽박지르는 당 간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다른 수용자를 허위로 밀고해 식량을 얻어내는 등, 작품 속 에피소드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시미즈 감독이 영화제작 준비를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일본·미국에 사는 탈북자 40여 명과 접촉해 취재했으며, 이 중 6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족이나 지인의 안전을 우려해 인터뷰를 거절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일본어로 더빙하면 훨씬 수월했겠지만, 영어로 했다. 북한 인권문제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영화 원제 ‘트루 노스(True North)’는 중의적이며 의미심장하다. 영어 True North란 원래 망망 대해나 사막에서 남침반이 알려주는 ‘정북(正北)’을 말하는데, 훗날 ‘나아가야 할 방향성’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영화 제목에선 ‘북한이 찾아야 할 올바른 방향’, 동시에 글자 그대로 ‘진짜 북한’ 즉 ‘북한의 실상’을 뜻하기도 한다.

시미즈 감독이 말하는 바, 이 애니메이션은 "인간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한반도 분단 같은 정치 얘기는 관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삼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분명히 덧붙였다. "100%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아이들을 노예로 만들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게 잘못됐다는 것은 ‘보편적 진실’이라는 것, 한낱 독립영화인이 말하고자 한 것을 김정은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앞서 이 영화는 프랑스 남부 안시(Annecy)에서 열리는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20년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일찍부터 인간 존엄을 탐구해 온 시미즈 감독의 필모그래피엔 인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행복’도 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상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리멤버 미’(True North, 94분)가 29일 개봉된다. /네이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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