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권위있는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8살의 역대 최연소 우승으로, 1969년 브라질 크리스티나 오르티즈(19살)의 기록을 깼다.

그런데 의외로 이 콩쿠르 이름의 주인공인 반 클라이번(Van Cliburn)에 대해선 아는 사람이 적다. 그는 1958년 흐루쇼프 서기장 시절, 소련이 자신들의 위상을 세계에 뽐내기 위해 창설한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압도적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 스타가 됐다. 더구나 그는 미국의 새파란 청년이었다. 내심 자국 아티스트의 우승을 바라는 소련 당국은 당황했다. 흐루쇼프는 심사위원들에게 "그가 진정 최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심사위원들은 "네 서기장 각하.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반 클라이번은 잘 생긴 외모에 엄청난 재능과 명징한 연주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냉전시대였음에도 소련의 음악애호가들은 그와 사랑에 빠졌고 팬덤현상은 계속됐다. 당연히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필자는 서구의 한 유명 음악학자가 고(故) 클라이번(1934-2013)에 대해 이렇게 평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전생에 음악을 통달하고 다시 태어난 것에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는 이 어린 나이에 이렇게 피아노 연주를 잘 할 수 없었다."

그의 전성시절 연주를 들으면 거의 접신(接神) 경지에 이른 듯하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차이콥스키 등은 아직도 전설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그는 기이하게도 마력을 금방 잃었고, 짧은 전성기를 마감하고 이른 은퇴를 했다.

그의 위업을 기리는 콩쿠르는 1962년부터 미국 텍사스에서 4년마다 열린다. 2017년과 2022년에 선우예권과 임윤찬이 연속 우승했다. 특히 임윤찬은 올해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경연 동영상을 보면 마치 반 클라이번이 환생한 듯한 기분까지 든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